ADVERTISEMENT

서울시의회로 번진 ‘고양이 학대’ 논란

중앙일보

입력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민간 업체가 진행하는 동물 공연 '애니멀 프렌즈' 중 고양이가 징검다리를 점프해 건너는 장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고양이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유튜브 영상 캡쳐]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민간 업체가 진행하는 동물 공연 '애니멀 프렌즈' 중 고양이가 징검다리를 점프해 건너는 장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고양이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유튜브 영상 캡쳐]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19년째 계속되고 있는 동물 공연이 ‘고양이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고양이 점프사진 SNS 게재돼 항의 빗발 #송아량 시의원 “즉각 중단해야” 촉구 #대공원 “연말까지 프로그램 내용 조정”

23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서울 광진구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민간업체가 진행하는 동물 공연 ‘애니멀 프렌즈’에 대한 중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은 2001년 공연 전문업체인 애니스토리와 계약하고 공원 안에 별도 시설을 짓고 ‘애니멀 프렌즈’ 쇼를 진행 중이다. 애니스토리가 20년간 민자 사업으로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이다. 계약 종료까지는 2년3개월쯤 남았다. 공연에는 고양이를 포함해 강아지, 물개, 앵무새, 원숭이, 펭귄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주중에는 하루 5회, 주말엔 7회 공연한다.

전체 30분 공연 중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풀장이 있는 무대에서 징검다리를 점프해 건너는 장면이 가장 논란이 됐다. 지난달 14일 한 시민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이 사진이 공유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고양이 학대를 중단하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어린이대공원 측이 “실제 공연은 물 위가 아닌 바닥 위 구조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이후 약 40일간 어린이대공원 홈페이지 ‘시민의소리’ 게시판과 애니스토리 ‘고객문의’ 커뮤니티에는 200건 가까운 항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동물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이다” “(민간 업체와) 계약 기간이 2년 이상 남았다는데, 그 고양이는 그때까지 반복해서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하냐. 서울시가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동물해방물결 등 동물보호단체는 공연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측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동물 공연이 관람객의 오락을 위한 볼거리가 아니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면서도 “서울시 관계 부서 및 해당 업체, 관련 단체 등과 해법을 논의 중”이라며 얼버무리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입장료가 5000~7000원쯤 하는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가 많다. 공연 뒤 반응도 좋다”며 “일부 시민들은 동물 학대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공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급기야 서울시의회에서도 이슈가 됐다. 지난 19일 열린 제287회 서울시 정례회 서울시설공단 업무보고에서 송아량 서울시 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4)은 “어린이대공원 동물 공연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관선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전체 공연 중 고양이가 물 수조에서 2m 떨어진 스탠드 아래로 지나가는 1분가량이 문제”라며 “업체와 협의해 올해 안에 사육환경 개선과 공연 프로그램 내용 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송 의원은 “영국·포르투갈 등 유럽은 물론 국내의 에버랜드도 2011년 동물 공연을 중단했다”며 “특히 서울시가 2016년 제정한 ‘관람·체험·공연 동물복지 기준’ 조례를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변호사 출신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물 복지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