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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용품 팔지 않는 울릉도 '독도문방구'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울릉도 '독도문방구'의 상품들. [사진 독도문방구]

울릉도 '독도문방구'의 상품들. [사진 독도문방구]

울릉도의 독특한 문방구가 있다. 학교 앞이 아닌, 연간 30만명이 오가는 항구(도동항)에 있는 문방구다. 이곳에는 학용품 대신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인 ‘강치’가 그려진 노트·머그 컵 등이 있고, 상해임시정부 태극기가 그려진 비누가 있다. 울릉도 사회적 기업 ‘독도문방구’다.

2014년 울릉도 도동항에 문 연 '독도문방구' #멸종된 바다사자 강치 담은 노트·머그 컵 등 #김민정씨 "강치 이야기에 부끄러움 느껴 시작" #

독도문방구 김민정(40) 대표는 2014년 도동항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가게 한 편에서 노트를 팔기 시작했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부 5년 차이던 어느 날, 4살 아이에게 독도 바다사자 강치가 일본에 의해 멸종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어주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며 “울릉도에 살면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기만 했지 정작 실천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민 끝에 “울릉도에 오면 오징어나 명이나물 등 농수산물 말고는 사갈 만한 기념품이 없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기념품을 만들기로 했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독도문방구를 운영하는 김민정(40)씨가 독도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 독도문방구]

울릉도 도동항에서 독도문방구를 운영하는 김민정(40)씨가 독도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 독도문방구]

메인 캐릭터는 단연 강치였다. 18세기 독도는 ‘강치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강치의 최대 번식지였다. 그런데 1905년 일본의 한 어부가 독도에 들어와 8년간 강치 1만4000마리를 잡아들였다. 강치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었고 새끼는 서커스용으로 팔았다. 일본인 작가 이즈미 마사히코는『독도 비사(1998)』에서 ‘당시 죽은 바다사자의 썩은 냄새가 울릉도까지 흘러왔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 잘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강치가 그려진 노트를 제작했다. 그는 중학교 때 부산으로 가 대학까지 졸업한 다음 직장생활을 하다 2009년 울릉도로 돌아왔다. 김씨는“1200권 정도 제작해 어머니 가게 한편에 놓아두고 팔았는데 6개월 만에 동났다”며 “‘더 없느냐’는 문의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독도문방구를 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5년간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디자이너들에게 연락했다. 매년 트렌드를 반영해 텀블러·보조 배터리·종이 방향제 등으로 판매 범위를 넓혔고, 강치 외에 다양한 독도의 희귀식생을 담았다. 올 4월에는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태극기가 그려진 수제 비누를 만들어 고객에게 주기도 했다.

김씨는 울릉도에 거주하는 경력단절 여성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2015년부터 울릉도 경력 단절 여성들이 취미로 만들던 캘리그라피 작품 등을 팔 수 있도록 열어온 ‘보물섬 프리마켓’을 통해서다.

울릉도 '독도문방구'의 독도를 알리는 상품들. 시계방향으로 강치노트, 일정 구매금액 이상 손님에게 드린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태극기 비누, 태극기 마카롱, 종이 방향제. [사진 독도문방구]

울릉도 '독도문방구'의 독도를 알리는 상품들. 시계방향으로 강치노트, 일정 구매금액 이상 손님에게 드린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태극기 비누, 태극기 마카롱, 종이 방향제. [사진 독도문방구]

대표적인 게 태극기 마카롱이다. 김씨는 지난 2월 프리마켓에서 마카롱을 굽는 최선은(37) 숑숑케이크 대표에 “태극기가 그려진 마카롱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 마카롱을 독도문방구를 찾은 손님에게 무료로 줬다.

독도문방구가 성장하기까지는 주변의 도움도 컸다. 독도문방구는 지난 3월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2015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서 울릉도 최초로 선정돼 후원금을 받았다. 기업들의 협업 문의도 쏟아진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K2와 협업해 버려진 페트병을 재생해 만든 독도 티셔츠를 출시했다.

김 대표는 “부끄러움에 시작한 가게가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며 “다양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독도 상품을 늘려나가서 독도 일출 등을 그린 이종상 화백님과도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울릉도=백경서 기자 bea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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