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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각 장마' …작년처럼 짧게 왔다 가려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46)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늦게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달 말~7월 초에 시작해 한 달쯤 후인 7월 말쯤 장마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포토]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늦게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달 말~7월 초에 시작해 한 달쯤 후인 7월 말쯤 장마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포토]

올해 장마가 일주일 정도는 족히 늦게 찾아올 모양이다. 대개 이맘때쯤(6월 19~20일)이면 제주에 장마전선이 상륙해 장마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올해는 21일(금) 오전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올 장마에 ‘지각 장마’라는 딱지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평년보다 열흘 정도 늦게 찾아오는 장마에 곧잘 ‘지각’이란 딱지를 붙여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 장마가 이달 말~7월 초에 시작해서 한 달쯤 후인 7월 말쯤 끝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상청 관계자의 말이라며 “빠르면 다음 주 중반(26~27일) 제주에 장마가 상륙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빠르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걸 보면 자신 있는 예측은 아닌 모양이다. 불확실한 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얘기가 된다.

올 장마가 늦어지는 것은 장마전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현재 장마전선은 대만에서 일본 남쪽 해상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사실 장마 예측은 무척 어렵다. 원체 변수가 많아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하고 숙달된 예보관이 달라붙어도 가끔 예보가 틀린다. 오죽하면 기상청이 10여 년 전부터 언론을 상대로 그때그때 필요한 장마 예보는 해주지만, 장마 전모(全貌)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만큼은 하지 않고 있을까. 기껏 해봐야 ‘기상청은 오보청’이란 얘길 듣기에 딱 좋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 장마에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맘때(6월 19~20일)가 되면 소위 ‘장마 시즌’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름 불청객인 장마는 해마다 모양은 달리하지만 거르지 않고 꼭 찾아온다. 연례행사이니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때마침 이번 주(16~22일) 들어 번개·천둥을 동반한 소나기성 비가 며칠 동안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찾아왔다는 점이다.

“아니 벌써 장마야”라며 장마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장맛비는 아니었다. 장마는 한반도 여름 기상의 한 특성으로 ‘장마전선’이 몰고 오는 비를 가리킨다. 장마 전이나 후에도 마치 장맛비 같은 소나기성 비가 흔히 찾아오곤 하는데 요즘 비는 거기에 해당한다.

최근 장마의 특징은 강수량은 줄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소위 ‘마른장마’가 나타났다. 장마전선이 주로 남부지방에 머물면서 강수량이 평년보다 무척 적었다. 2016년에도 장마가 있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지만 7월 1~6일 단 6일 동안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체면은 살렸다. 대개 장마 때 연평균 강수량의 4분의 1이 넘는(약 27%) 비(평균 350mm)가 내린다.

가뭄이 심했던 2017년엔 소위 ‘지각 장마’로 해갈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실망하게 했다. 장마 기간 남부에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부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찾아왔다. 지난해에는 장마가 평년(32일)보다 11~15일씩이나 일찍 끝나 장마 기간이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짧았다.

한 달 내내 계속되는 지긋지긋한 습기와 그로 인한 질병, 폭우 피해 때문인지 장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은퇴기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에어컨이 빵빵 터지는 사무실이 아닌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장마와 부대끼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렇다.

장마 기간에는 습기와 곰팡이와의 전쟁이다.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집안 곳곳이 눅눅해지기 쉽다. [사진 pixabay]

장마 기간에는 습기와 곰팡이와의 전쟁이다.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집안 곳곳이 눅눅해지기 쉽다. [사진 pixabay]

신체 면역력이 옛날보다 떨어져 병에 취약해진 것도 이유다. 장마 한 달간 일상생활의 최대 복병은 뭐니 뭐니 해도 습기와 곰팡이다.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집안 곳곳이 눅눅해 곰팡이와의 전쟁을 벌이기 일쑤다. 심지어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마저 생긴다.

적당한 실내습도는 40~50%지만 장마철에는 80~90%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제습기나 에어컨, 보일러 난방, 천연 제습제(숯·신문지) 등을 활용해 실내 습도를 낮추는 데 먼저 신경 써야 한다.

습도가 60% 이상 되면 세균은 1.3배, 곰팡이는 3배가량 많아진다고 한다. 덥고 습하면 식중독 위험도 확 커진다. 음식은 익혀서 먹고, 손도 자주 깨끗이 씻는 게 좋다. 바깥 운동이 힘들면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고, 술은 좋아해도 적당히 마시는 게 순리다. 장마 때 관절·대상포진 등 이외의 질병이 올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속담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때때로 장마 피해는 크다. 무엇보다 국지성 집중호우, 흔히 말하는 게릴라성 물 폭탄에 주의해야 한다. ‘집중호우’란 한 시간에 30㎜ 이상이거나 하루에 80㎜ 이상, 또는 하루에 연 강수량의 10%가 넘는 비가 쏟아질 때를 가리킨다. 산사태나 하천 범람, 축대 붕괴, 집·자동차 침수, 산·계곡 야영 피해, 감전 및 낙뢰 사고 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장마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표현

장마도 여러 특성이 있다. 평년보다 늦게 오기도 하고, 강수량이 적기도 하고, 순서가 섞이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표현이 많다. [사진 pixabay]

장마도 여러 특성이 있다. 평년보다 늦게 오기도 하고, 강수량이 적기도 하고, 순서가 섞이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표현이 많다. [사진 pixabay]

지각 장마 : 평년보다 열흘 정도 시작이 늦은 장마
마른 장마 : 비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장마
거꾸로 장마 : 제주→남부→중부 순이 아닌 중부→남부→제주로 이어지는 장마
반쪽 장마 : 한 지역에선 비가 많이 오는데 다른 지역에선 거의 안 오는 장마
늑장 장마(되돌이 장마) : 7월 하순께 끝날 것처럼 북상했다가 남하해 다시 발동을 거는 장마. 물난리·야영객 피해 등이 잦아진다.
가을 장마 : 가을 초입인 8월 29일~9월 17일 다시 찾아오는 장마(주로 남부)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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