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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밀레니얼도 차를 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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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밀레니얼(1982~2000년에 태어난 세대)은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많고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길 원한다.” 모빌리티(이동성) 시대를 맞아 자동차 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일반적으로 내리는 평가다. 밀레니얼은 현재 가장 구매력이 높은 세대지만, 취향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미세먼지 규제와 전기차·자율주행차의 격변을 겪고 있는 관련 업계는 이런 평가를 ‘황금률’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밀레니얼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없을까. 의심을 해오던 차에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마켓워치에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로안 경영대학원 크리스토퍼 크니텔 교수는 지난달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 만큼이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크니텔 교수는 동료들과 밀레니얼의 자동차 구매율, 주행거리를 분석하고 여기에 작용하는 변인을 조사했는데 이전 세대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크니텔 교수는 “밀레니얼이 다양한 선호도를 가졌고, 친환경 경제활동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자동차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이전 세대와 차이가 없다”며 “경기나 주거형태, 자녀의 유무 등이 오히려 자동차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했다. 밀레니얼 이전에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고, X세대가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대별로 욕망의 대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세대는 어떻다’는 평가를 맹신해서는 모빌리티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소유보다 공유가 확산하려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져야 한다. 편의성이든, 경제성이든, 하다못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하든.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