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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안치된 금수산궁전 광장 첫 국빈 환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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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시내에서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며 거리의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시내에서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며 거리의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최고의 예우로 맞았다. 평양 국제공항을 비롯해 여명 거리 등 시 주석의 이동 동선 주변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북한 인공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도로 주변에 걸렸고, 평양 시민들이 주요 행사 때 사용하는 ‘꽃술’(빨간색과 분홍색 꽃으로 엮은 꽃다발)을 흔들며 시 주석 일행을 환영했다. 평양 시내 가로등과 건물 벽에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불패의 친선” “습근평 주석, 팽려원 여사 환영”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중국은 CC-TV 등을 통해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을 이례적으로 실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시진핑에 최고 예우 #김 위원장·이설주 공항 나가 영접 #“북·중 대 이은 친선·밀착 과시” #평양 거리엔 수십 만명 환영 인파 #중국선 이례적으로 실시간 보도

‘예우’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환영행사는 두 차례 열렸는데,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공항에서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영접했다. 두 정상은 의장대를 사열하고, 북한은 중국 국가 연주와 21발의 예포를 통해 국빈 예우로 격식을 갖췄다. 환영인파들은 “조중우의” “만세”를 연호했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나섰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이만건 당 조직지도부장, 이수용 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부위원장, 최휘 당 근로단체 부위원장,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이영길 군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이용남 내각 부총리 등 당·정·군 인사들이 공항에 나왔다. 숙청설이 돌았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대남담당)은 공항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했다. 북한의 최대 예우는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린 환영식이다. 공항 영접 후 시 주석 일행은 국빈 영접을 뜻하는 21대 모터사이클의 호위와 평양 주민 수십만 명의 환영을 받으며 금수산태양궁전으로 향했다.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외빈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린 건 처음이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 집무실로 사용하던 곳이다. 이곳엔 김 주석의 시신은 물론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인공기와 오성홍기를 든 평양 시민들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이동하는 시 주석을 환영하는 모습. [사진 CC-TV]

인공기와 오성홍기를 든 평양 시민들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이동하는 시 주석을 환영하는 모습. [사진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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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 뒀던 수만 개의 오색 풍선이 하늘로 올랐다. 이곳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안내로 북한의 당·정 간부와 인사를 나눴다. 공항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재룡 총리, 박광호·김평해·오수용·박태성·태형철 당 부위원장과 최부일 인민보안상(경찰청장) 등이다. 당 정치국 위원급 인사 전원과 군 3인방을 참여시킨 것이다. 북한이 고위 간부들을 두 개 조로 나눠 공항과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분산 영접’하는 최고의 예우를 보여준 셈이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에선 외부에서 손님이 올 경우 금수산태양궁전에 들러 김 주석 부자에게 ‘신고’하도록 한다”며 “이번엔 ‘인사’라기보다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곳에서 북한과 중국 간에 대를 이은 친선과 밀착을 과시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금수산태양궁전에선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춤사위로 시 주석을 반겼다. 공식 환영행사 이후 시 주석 일행은 숙소로 이동했고,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만찬을 이어갔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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