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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직거래판 뛰어든 시진핑, 평화협정·핵우산 거론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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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넷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넷째)이 20일 평양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넷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넷째)이 20일 평양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평양땅을 밟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중은 한집안”이라며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선언했다.

시 주석 “중국과 조선은 한집안” #지원자에서 행위자로 변신 시사 #미·중 충돌 국면 북 요구 수용 관측 #김정은 “중국 경험·방법 배울 것”

중국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비행기에서 내려 가는 곳마다 중국과 조선(북한)이 한집안이라는 정을 느꼈다”며 “중·조 우의를 다지고,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및 각 유관 당사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적인 안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전과 발전에 대한 관심 해결에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후견 및 지원 역할만 했던 것을 넘어서 적극적 행위자로의 변신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거론한 ‘안전’은 김 위원장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체제 안전 보장으로 풀이된다.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앞으로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의 몫을 챙기겠다는 예고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동안 우리는 남·북·미 3자 구도에서 ‘운전자’를 자임하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역할을 해왔다”며 “그런데 시 주석의 방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 구도가 (남·북·미) 3자에서 (남·북·미·중) 4자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거론한 ‘안전’은 더욱 민감한 의미가 담겼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그간 체제 안전 보장의 궁극적 수단으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요구해 왔다. 이는 미국이 제공하는 한반도 핵우산의 제거를 뜻한다. 또 여기에는 주한미군 철수도 담겨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멀리 보는 것에 착안한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는데, 미국과의 전면충돌 국면에 처한 시 주석이 북한이 요구했던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즉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카드를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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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을 맞는 김 위원장은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고도로 평가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력을 다해 신전략노선 관철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험과 방법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어 단번에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중국을 경제적 도약의 협력자로 삼겠다는 뜻을 이날 피력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이수용 국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이영호 총참모장, 김수길 총정치국장이 김 위원장과 배석했다. 중국에선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이 회담장에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국 측에선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옆자리에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장이 등장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중 정상회담에 군인들이 참석한 건 처음”이라며 “이는 비핵화 문제뿐 아니라 양국이 정치·경제·군사 분야 등 전면적인 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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