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금리 이르면 7월 인하 ‘깜빡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의 ‘깜빡이’를 켰다. Fed는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연방기금 금리를 현 수준(2.25~2.5%)에서 동결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은 지난달 초와 사뭇 달라졌다. ‘인내심을 가질 것’이란 문구가 사라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Fed 이번달 회의선 동결했지만 #‘인내심’ 대신 ‘불확실성 증가’ 표현 #한은도 금리인하 앞당길 가능성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Fed가 조만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9차례에 걸친 Fed의 금리인상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FOMC 참석자들은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금리인하)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에서 지속적인 역류(cross-current) 흐름도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Fed가 올해 안에 최대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다음 달 말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Fed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무역분쟁 해소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Fed는 이번 성명서에서 미국의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일 성명서에서 ‘탄탄하다’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전망이 다소 어두워진 셈이다. 이번 FOMC의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점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10명의 FOMC 위원 가운데 9명이 금리동결에 찬성했고 1명은 즉각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일부 미국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파월 의장의 교체까지 검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파월 의장은 “법으로 임기를 명확하게 보장하고 있다”며 “4년 임기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한국은행 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Fed의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Fed의 방향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며 “그러나 Fed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1.75%로 미국보다 0.5~0.75%포인트 낮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Fed가 이르면 다음 달 말 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오는 8월께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신호는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4원 오른(환율은 내린) 달러당 1162.1원으로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위해 금융시장에 달러를 풀면 달러가치는 내리고 다른 나라 통화가치는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화가치는 지난달 중순의 저점(달러당 1195.7원)과 비교하면 한달여 만에 33.6원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