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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만족도 만점인데 탈락···상산고가 발끈한 두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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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82) 상산학원 이사장이 세운 학교다. 국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원조 격인 이 학교의 교직원·총동창회·학부모·학생 모두 발끈하고 나섰다. 19일 전북교육청이 발표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기준점 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일반고로 바뀔 위기에 빠져서다. 1981년 개교 이후 최대 고비에 부닥친 셈이다.

타 지역은 70점 맞아도 통과 #전북에선 79.61점도 탈락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 없어 #교육청, 평가 직전 10% 올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두고 "자사고 평가라는 원래 목적은 무시한 채 '자사고 폐지'라는 결론을 정해 두고 편법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평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크게 2가지 근거를 댔다. 상산고 측은 "타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가 권고한 기준점인 70점을 따르고 있는데도 유독 전북교육청만 80점으로 올려 평가한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날 교육청 발표 직후 마이크 앞에 선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다른 시·도 자사고는 70점만 받아도 그 지위가 유지되는데 전북 소재 상산고는 그보다 9점 이상 높아도 자사고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전주 상산고 학부모 200여 명이 20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 교육청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전주 상산고 학부모 200여 명이 20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 교육청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상산고 측은 "전북교육청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 제5조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자사고에 대해선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의무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봤다. 이 시행령에 따라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등 1기 자사고 5곳은 사회통합대상자 선발 의무가 없다.

상산고 측은 "전북교육청이 2015~2018년 사배자 선발 비율을 '자율' 또는 '3% 이내'라고 적힌 공문을 보내고도 올해 갑자기 해당 비율을 10%로 올린 것은 '횡포'"라고 주장했다. 신입생 정원의 10% 이상을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로 뽑아야 '만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상산고는 이번 평가에서 31개 지표 중 '학생·학부모·교원의 학교 만족도(각 3점·2점·3점 만점)'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5점 만점)' '교원의 전문성 신장 노력(3점 만점)' 등 15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4점 만점)에서는 1.6점을 받았다.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전북 교육은 죽었다'며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전북 교육은 죽었다'며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교장은 "자사고 취소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전북교육청의 독단적이고 부당한 평가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겠다"며 "이런 노력에도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등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교육청은 7월 초 청문을 하고, 7월 중순께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영민 전북교육청 학교교육과장은 "교육부 장관의 자사고 취소 동의를 얻어 8월 초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하고, 9월 중순 2020년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 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산고 평가 결과 발표는 올해 자사고 평가 대상 24개 학교 중 처음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이날 한국교원대 교장 자격 연수 강의 일정이 겹쳐 자리를 비웠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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