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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리더로 변신한 ‘배구 여제’ 김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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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의 에이스 김연경(오른쪽 둘째)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강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의 에이스 김연경(오른쪽 둘째)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강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연경! 김연경!”

2019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23점 맹활약, 일본 3-0으로 꺾어

3000여 명의 관중이 몰려든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은 마치 콘서트장 같았다. 한국 선수들의 시원한 스파이크가 일본 코트에 내리꽂힐 때마다 환호성은 커졌다. 한국이 숙적 일본을 꺾고 발리볼네이션스리그 9연패에서 벗어났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세계랭킹 9위)은 19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본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18, 25-23)으로 이겼다. 벨기에전 첫 승 이후 9연패를 기록했던 한국은 홈 팬들 앞에서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2승12패. 특히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일본(6위)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값졌다. 한국은 지난해 AVC컵, 아시안게임에 이어 최근 일본전 3연승을 내달렸다. 김연경은 "한일전의 중요성을 선수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다른 팀에게는 져도 일본에게는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집중력이 발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배구 여제’ 김연경(31)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강한 카리스마에 ‘부드러움’까지 더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여자 배구 대표팀은 큰 인기를 누렸다. 대다수 구기 종목이 부진한 가운데 승승장구하며 8강까지 올라갔다.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배구 흥행에 불이 붙었다. 특히 주장이자 주포인 김연경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여성이 여성에게 환호하는 ‘걸 크러시’의 대표주자로 떠올랐고, 방송계와 광고계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최근 김연경은 배구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중국을 떠나 터키 리그로 돌아간 김연경은 명문 클럽 엑자시바시에 입단했다. 엑자시바시는 김연경을 앞세워 5관왕(터키 리그·컵·세계클럽 선수권·유럽배구연맹 리그)을 노렸지만, 결과는 터키 컵과 수퍼컵, 2관왕에 그쳤다. 무엇보다 김연경의 비중이 줄었다. 주포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와 미국 대표팀 주장 출신 조던 라슨이 공격을 이끌었다. 늘 주연이던 김연경은 조연으로 물러난 모양새다. 김연경은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팀에서 원하는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더 참담하다. 이재영·박정아·양효진·김수지·김해란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탓에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2승12패에 그치고 있다. 최초의 외국인 지도자 스테파노 라바리니(40·이탈리아) 감독이 부임한 뒤 훈련시간이 모자라긴 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결과다.

아픔을 겪으면서 김연경은 더 강해지고 있다. 도미니카전 뒤 김연경은 세터 이다영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연경이 후배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가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이주아, 박은진 등 열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도 장난을 친다. 그만큼 김연경이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연경은 18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패한 뒤 “무척 속상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연경이 합류한 뒤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9일 일본전에서 승리한 뒤 크게 웃었다. 김연경은 양팀 통틀어 최다인 23점을 올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일본이 집중견제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블로커를 피한 페인트 공격, 강타, 후위공격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을 올렸다. 김희진도 21점을 올리며 김연경의 뒤를 받쳤다.

보령=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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