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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까지 동원해 마약판매…'캄보디아 마약왕' 징역 15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18일 오전 경찰이 캄보디아에서 검거한 해외공급총책 A 씨를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18일 오전 경찰이 캄보디아에서 검거한 해외공급총책 A 씨를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적장애인까지 동원해 마약을 밀반입·유통한 일명 ‘캄보디아 마약왕’ 한모(58)씨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한씨에게 징역 15년과 추징금 3억81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한씨의 동거인이자 같은 혐의를 받는 채모(53·여)씨는 징역 7년과 추징금 3억81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17일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한씨와 채씨에게 각각 징역 12년과 10년을 구형했다.

“장애인까지 동원해 마약 판매 중형 불가피”

구속 수감 중인 한씨와 채씨는 각각 황색·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다. 이들은 한국에서부터 내연관계로 지내왔다. 어느날 채씨는 남자친구 한씨에게 사기 피해를 당했다. 한씨는 “채무를 변제할 테니 캄보디아에 함께 가서 살자”며 제안했고 채씨는 이를 수락했다. 둘은 2015년 11월23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한씨와 채씨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집을 얻고 3년 동안 동거생활을 이어갔다.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주거·생활비용을 들여가며 넉넉한 생활을 했다. 생활비는 한씨가 마약을 유통·판매·밀반입하면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한씨는 인터넷에 광고 글을 올리고 텔레그램으로 채팅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했고 구매자를 끌어들여 밀반입·판매책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한씨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알게 된 이모(46)씨 부부 등을 캄보디아로 불러들여 국내 판매책을 맡겼다.

재판부는 “한씨는 전체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하며 2년에 이르는 동안 22회에 걸쳐 국내에 필로폰 5kg을 밀반입했다. 1회 투약량을 0.03g으로 계산하면 이는 16만 번 넘는 투약량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경제적 궁핍한 상황에 있는 여성 등 다수 공범자를 범행에 가담시켰으며 특히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까지 끌어들여 범행 도구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내 판매책인 이씨 부부 구속 후에도 판매책을 모집하며 범죄를 지속한 점에서 볼 때 만약 한씨가 붙잡히지 않았으면 여전히 마약을 판매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약 수입·유통 범죄는 사회 전반에 중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엄벌의 필요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캄보디아 마약왕 한씨 일당이 여성들의 속옷에 숨겨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 공업용 다이아라고 속인 필로폰을 검은 봉투에 밀봉해 여성들의 넣어 밀반입했다.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캄보디아 마약왕 한씨 일당이 여성들의 속옷에 숨겨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 공업용 다이아라고 속인 필로폰을 검은 봉투에 밀봉해 여성들의 넣어 밀반입했다.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가담 안 했다는 내연녀, "공모관계"

혐의사실 대부분을 인정한 한씨와는 다르게 채씨는 “한씨가 수입하는 물건이 필로폰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그동안 공모관계를 부인해 왔다. 채씨는 밀반입 책인 30~60대 주부들에게 필로폰을 속옷에 숨겨 입국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브래지어 양쪽에 100g씩 총 200g의 소량의 필로폰을 넣어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방식을 썼다.

재판부는 “채씨는 한씨와 거주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논의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정보들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씨가 필로폰 외 어떤 수입을 얻어서 주거 비용 등을 납부했는지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필로폰을 함께 투약하기도 했기에 한씨가 마약을 다루는 일을 했을 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판매책과 밀반입책들도 채씨의 관여 정도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며 채씨를 공모관계로 판단했다. 선고가 끝나자 채씨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경찰 “캄보디아에 한씨 일당 더 있다”

이들에 대한 추적은 지난 2017년 5월 단순 투약자를 검거한 사건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8년 국내 판매 총책을 맡았던 이씨 부부 등을 구속했으며 국정원과 공조를 통해 해외로 수사망을 넓혔다. 경찰은 외사국 협조를 받아 한씨와 채씨를 지난 1월18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했다.

 캄보디아 마약왕 한씨 일당이 여성들의 속옷에 숨겨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캄보디아 마약왕 한씨 일당이 여성들의 속옷에 숨겨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경찰서는 지난 2월 한씨 등 유통·판매책과 단순 투약자 18명을 포함해 총 43명을 검찰에 송치한 데 이어 유통책과 투약자 21명을 더 붙잡았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캄보디아에 한씨에게 마약을 공급해준 공급책과 마약을 받아서 판매했던 판매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며 현재 인적사항을 특정해 국제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가 판매한 필로폰 양에 비춰 볼 때 한씨가 은닉한 재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도 범죄수익에 대해 “필로폰 수익은 전부 한씨에게 귀속됐다가 수고비나 월급의 형태로 공모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범행으로 얻은 수익이 상당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수익이 회수된 바 없고 캄보디아 등지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씨는 법정에서 마약 수익으로 캄보디아에서 자선사업했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변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를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 또 다른 계좌를 발견했다”며 “서울청 범죄수익 추적수사팀과 협조해 압수한 판매 장부 등 분석을 통해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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