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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진 "박근혜의 신당 지지 메시지, 추석전 나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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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상연
최상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당 창당 외치는 태극기집회 가보니

홍문종(오른쪽)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연설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장진영 기자]

홍문종(오른쪽)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연설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장진영 기자]

한동안 잠복해 있던 자유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룰 개혁 등을 다루는 당내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현역 의원 교체율’과 ‘막말 발언 공천 배제’를 거론하자 친박근혜계를 겨냥한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진 것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황교안 대표가 ‘혁신’과 ‘변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도층 확장 행보에 나서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의 ‘태극기 신당’ 언급은 이런 와중에 나왔다. 이들이 만들겠다는 신당엔 정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또 그렇다면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오락가락하는 황교안 한국당은 #문재인 좌파독재에 맞서지 못해 #수도권서 총선연대 만들어지면 #보수 분열 얘기도 나올 일 없다”

주말이었던 15일 오후 2시. 애국당의 128차 태극기 집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은 참가자들로 빼곡했다. 주최 측은 1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했는데, 그런 말이 나올만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불볕 햇살 탓에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 즉각 석방’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만이 거대한 고무풍선에 묶여 아주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역 광장은 태극기·성조기와 함께 ‘내 목숨 가져가고 박근혜 대통령 내놔라’ 등이 적힌 어깨띠로 일렁였다.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애국당의 128차 태극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애국당의 128차 태극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집회 참석을 위해 창원에서 막 도착했다는 98세 할머니를 포함해 70~80대 고연령층이 연호를 외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젊은층도 꽤 많았다. 49세 최성한(자영업)씨는 “법이 지켜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부끄러워 태극기를 들었다”며 “매주 거르지 않고 참석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46세 황정남(요가학원 운영)씨는 “웰빙당인 한국당은 도무지 야당 역할을 못 한다”고 흥분했다. 삼성전자 리더십개발센터 소장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석우(65)씨는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화나게 한 게 전부다. 그런데 그게 감옥 갈 일이냐”고 거들었다.

행사장 한 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동대표인 이규택 전 의원에게 물었더니 “현재 160만명 정도가 서명했다”고 전했다. 단상에 오른 이 전 의원은 “내년 총선은 박근혜 대 김정은 싸움이다. 태극기가 뭉쳐 문재인 정권을 때려 부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 독재 문재인 끌어내라’ ‘탈출하라, 한국당에서 애국당으로’란 연호가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됐다.

마이크를 잡은 홍문종 의원이 “박근혜와 함께 당당하게 청와대로 입성하는 혁명 과업에 목숨을 바치겠다”며 오른손을 힘껏 쳐들었다. 조원진 애국당 대표가 곧장 “홍 의원을 우리 당 공동대표로 추대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다시 모시는 게 다음 총선”이라고 박자를 맞췄다. 두 사람은 ‘빅텐트를 꾸리겠다’ ‘대통합을 주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친박 신당을 의미하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한데 과연 가능한 것일까. 먼저 홍문종 의원에게 물었다.

언제쯤 신당을 띄우나.
“윤곽이 나오겠지만 등록 등의 절차 문제로 조금 늦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불거졌지만 오래전부터 나오던 얘기들이다.”
동조자는 얼마나 될까.
“군사에 해당하는 한국당 당원은 순식간에 수천 명 이상 엄청나게 빠져 신당에 참여한다. 의원들은 아마도 연말까지 40~50명도 정도 동참할 거다. 한국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등 여기저기 얘기들을 하고 있다. 태극기 세력이 핵심이다.”
친박 신당인가.
“태극기 신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당에 대해 뭐라고 하나.
“정치를 시작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과 어긋나는 정치 행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정치 일정을 말한 적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선 주자도 없이 창당하고 선거를 치르는 게 가능할까.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황교안 대표로 대선 못 치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었다. ‘이회창 총리보다 못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느냐’고들 한다. 많은 당원들은 이미 태극기로 돌아섰다. 우린 내년 총선을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으로 치른다.”
탈당하고 당을 만들려는 이유가 뭔가. 공천 받기 어려워서 그러나.
“그건 지금 지도부가 나를 상처 내고 매도하는 소리다. 지금 상황에선 한국당 공천 받느니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당선에 유리하다.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쳤지만 황교안 대표가 스스로 만든 거다. 부글부글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 알고 보니 황교안으론 안 되겠네’ 뭐 이렇게 됐다.”
황 대표가 뭘 잘못하고 있나.
“우선 탄핵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다. ‘황 애매’다.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갈팡질팡한다. 무게 중심도 보수의 부활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대통령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편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 것도 내년 총선이 아니라 온통 3년 후 대선에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황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지도부가 친박 아닌가.
“우선 황 대표를 탄핵 반대 세력으로 보기 어렵다. 성향으로 따지면 바른정당 계열이다. 사실 당대표 선거할 때 친박들이 황 대표를 많이 도왔다. 그래서 지금 비서실장이니 대변인이니 주요 자리는 대부분 친박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태극기 들고 있는 사람들과 너무 많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어떤 점이 그런가.
“매일 사과만 하고 있어 애플당이란 말까지 나왔다. 친황교안계 신주류라는 의원 입에선 ‘탄핵 반대세력을 걸러내는 게 혁신’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게 결국 황 대표의 마음 아니겠나.”
황 대표가 결국 친박 쳐내기 공천에 나설 거란 뜻인가.
“의원들 사이에선 그럴 거란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공동대표로 추대된 홍 의원은 17일 애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신당 창당으로 보수의 대안이 생겼다. 한국당은 연내에 반쪽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가 열린 광화문 광장의 애국당 천막 텐트에서 조원진 대표에게 물었다.

애국당은 신당으로 개편되나.
“진행 중이다. 당명으로 신공화당을 생각했는데 선관위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있으면 신민주당은 안된다는 식인데, 이미 공화당이 등록돼 있다는 것이다. 애국공화당, 자유공화당, 대한공화당을 놓고 토론 중이다. 늦어도 이달 안에 당명 발표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은 뭔가.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오시든 안 나오시든 다음 총선에서 그냥 가만히 계시지만은 않는다. 우리가 계속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교감하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매주 편지로 전해 드리고 거기에 대한 말씀도 듣는다. 박 전 대통령의 뜻은 황교안의 한국당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뜻이 신당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단 신당 당명에 공화당이 들어간다. 박 전 대통령이 선별적으로 면회를 받아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우린 신당이 출범하면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려고 한다. 추석 전엔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통령이 신당에 입당할까.
“우리가 이미 그런 의견을 전달했다.”
입당하면 언제쯤인가.
“제안은 우리가 했지만 시기는 박 전 대통령의 몫이다.”
동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원 40~50명이 들어온다는 말에 근거는 있나.
“추석 전에 정의당 의원 수보다 많은 7명을 확보하는 건 무리가 없다. 지금 당장 4~5명은 확보돼 있다. 내 계산으론 최종적으로 35명 정도가 동참해 기호 3번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거다.”
당이 성공하려면 강력한 차기 리더가 우선인데 박 전 대통령이 다음 주자는 아니지 않나.
“차기 주자들이 들어올 거다. 지금 여러 사정을 체크하는 분이 많다. 그 전에 차기 대권은 2년 후 문제고,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치른다. 대권 후보보다 더 파괴력 있다. 촛불 쿠데타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은 문재인 대 황교안의 싸움이 아니다. 박근혜 대 문재인 싸움이다.”
지금 한국당도 친박이 핵심이다. 왜 못 합치나.
“탄핵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뜻은 좀 더 확실하게 싸우라는 건데 불법 탄핵에 대해 말을 못하니 문재인 좌파 독재정권과 치열한 싸움도 못 한다. 여기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태극기 집회로 향하는 것이다.”
신당 창당은 보수의 힘을 분산시켜 결국 문재인 정권을 도와주는 꼴 아닌가.
“물론 수도권에선 표가 갈리면 한국당이든 우리든 당선될 곳이 없다. 연대와 연합은 불가피하다. 통합은 없겠지만 국민들이 총선 연대를 만들어 줄 거다. 그러면 보수 분열이란 얘기가 나올 일 없다.”

최상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