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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트랙터 회사에 농민 일자리 문제도 책임지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트랙터 회사에 농민 일자리 문제까지 책임지라는 건 과도하다.”

이해진(52ㆍ사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혁신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에서다. 그가 공개 석상에 선 것은 2016년 7월 라인의 일본 상장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대담자로 나온 이 GIO는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도 벅찬 트랙터 기술 기업에 일자리를 잃는 농민들한테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한다면 너무 큰 부담일 것”이라며 “기업은 세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사회ㆍ정치ㆍ학계에서 다른 사회적 책임 부분을 분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의 빠른 성장세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네이버는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큰 게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는 걸 부도덕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큰 회사를 탐욕적이고 돈 많은 회사라고 보면서 규제하고 잡는다”며 “중국에선 수십조짜리 비상장 회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만 떼놓고 보면 잘못된 판단을 만들 수 있다”라고도 했다.

"네이버, 내 회사라 생각한 적 없다" 

네이버를 일반적인 대기업과 비슷한 존재로 여기는 시선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사측, 회장님, 총수님 같은 표현은 몇십년 넘게 (직원들과) 같이 일해왔던 입장에서 속상하다”며 “네이버는 어디까지가 사측이고 어디까지가 사측이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구조로 (네이버가) 새로운 거버넌스와 투명성을 가진 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한 번도 네이버가 ‘내 회사’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지금도 제 지분은 3%라 혼자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9월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하면서 당시 4%대 주식을 보유했던 이 GIO를 네이버 최대주주로 보고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이후 이 GIO는 지난해 2월 19만5000주를 시간외거래(블록딜)로 매각해 지분율을 3.72%로 낮추면서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정위는 현재까지 총수 지정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후배 스타트업 중 네이버보다 큰 회사 나오는 게 가장 큰 성공" 

구글 등 글로벌 경쟁자들에 대한 생각도 가감 없이 밝혔다. 그는 “검색 서비스는 다양성이 기본 가치인데, 네이버는 글로벌 거인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고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고 했다. 네이버는 그래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포털 서비스를 독점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네이버를 욕하는 댓글을 보면 엄청 괴롭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구글 외 다른 검색엔진도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네이버가 좋은 거름이 돼서 신사업들이 터져 나오고, 후배들이 만든 회사 중에서 네이버보다 더 큰 회사가 나타나는 게 가장 큰 성공”이라고도 했다. 이 GIO는 "기존 수익모델을 계속 지키는 기업은 생명력이 떨어진다"며 "(기업의 미래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후배 스타트업들에 남기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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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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