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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말을 건넨다…흑백사진이 더 어울리는 장면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4)

서울, 2018 [사진 주기중]

서울, 2018 [사진 주기중]

사진은 빛이 스치고 간 흔적입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필름의 막 면에 닿아 화학반응을 일으켜 사진이 됩니다. 빨간 등을 켜놓고 하는 사진 인화는 흥미롭고, 극적인 작업입니다. 이미지가 맺히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름을 확대기에 걸고 빛을 비춥니다. 인화지 위에 양화로 된 사진이 투영됩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빛을 비춥니다. 부분부분 빛을 가리거나 모아주는 손으로 하는 ‘뽀샵질’이 더해집니다. 그다음 인화지를 현상 약품에 담급니다. 빛을 많이 받은 부분부터 검게 변하며 사진이 나옵니다. 눈으로 봤던 그 ‘순간’이 눈앞에서 재현됩니다.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눈오는 날, 2016 [사진 주기중]

눈오는 날, 2016 [사진 주기중]

추억이 된 암실과 빨간 전등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이제는 ‘현상과 인화’라는 말이 낯설어 졌습니다. 깜깜한 암실과 빨간 전등이 켜진 작업실은 추억이 됐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현상과 인화는 빛과 색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필자는 지금도 사진 작업을 할 때는 사진을 흑백으로 바꿔놓고 대상에 내려앉은 빛을 면밀히 살핍니다.

사진은 흑백으로 시작됐습니다. 컬러사진이 탄생한 것은 사진이 발명되고 약 100년 뒤의 일입니다. 1935년 레오폴드 마네스(Leopold Mannes)와 레오폴드 고도스키(Leopold Godowsky)가 컬러 사진을 발명하고 코닥사와 특허 계약을 맺습니다. 마침내 1941년 코닥사에서 컬러 네거티브 필름을 생산하면서 본격적인 컬러사진 시대가 열립니다.

폭설, 2017 [사진 주기중]

폭설, 2017 [사진 주기중]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흑백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사진가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아날로그 분위기를 타고 흑백 필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암실을 꾸며놓고 직접 사진을 만드는 마니아 층도 생겼습니다. 요즘은 흑백사진이 오히려 신선하고 뭔가 있어 보입니다. 요란한 컬러에 대한 염증 때문입니다.

흑백이 좋다고 해서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 기준은 표현성입니다. 모니터에 사진을 띄워놓고 흑백과 컬러를 번갈아 바꿔가며 그 느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각예술의 핵심은 색과 형태입니다. 색도 아주 중요한 표현 요소입니다.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진을 발표할 때 컬러와 흑백은 선택을 신중해야 합니다.

신도시, 2014 [사진 주기중]

신도시, 2014 [사진 주기중]

필자는 기본적으로 컬러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이 극적으로 대비될 때는 흑백으로 합니다. 빛이 주는 심리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그림자나 실루엣, 선으로 표현되는 빛(line light) 등이 사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입니다.

흑과 백, 밝음과 어둠, 깊음과 옅음의 계조(tone)가 풍부한 사진도 흑백이 더 잘 어울립니다. 특히 풍경 사진에서 흑과 백의 그라데이션이 잘 나타난 사진은 수묵산수화의 먹 번짐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원근감을 더해 줍니다.

메시지 전달력 살리는 흑백사진

미시령, 2018 [사진 주기중]

미시령, 2018 [사진 주기중]

일반적으로 색 정보가 의미가 없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때는 흑백으로 바꾸는 게 낫습니다. 형태는 좋지만, 색이 조화를 이루지 않거나 현란해서 거부감이 들 때, 흑백으로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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