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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만 받는 억대연봉, 그게 일상인 기업 53곳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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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당 1억 이상 준 ‘억대연봉 기업’

억대연봉은 ‘샐러리맨의 꿈’이다.

상장사 1643곳 작년 급여 조사 #총지급액 1위는 삼성전자 11조원 #억대 연봉 53곳, 36%가 지주회사 #업종별 최고는 증권사 1억63만원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국에서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임금근로자는 평균 3475만원을 받았다. 이중 억대연봉자는 2.9%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근로자 100명 중 3명만 받는다는 억대연봉이지만, 특정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냥 누구나 10여년 이상 일하면 받을 수 있는 평범한 급여다. 어떤 기업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평균 1억원 이상을 지급했을까.

중앙일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최근 5년간 전체 상장사 연봉을 전수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전체 상장사(2107개사) 중 최근 5년간 한 번이라도 급여 관련 항목을 공시하지 않았던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1643개사)이다.

국내 상장기업 분석④ 

2018년 사업보고서 전수조사. [중앙포토]

2018년 사업보고서 전수조사. [중앙포토]

일단 직원에게 지급한 급여총액으로만 보면 당연히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1등이다. 지난해 11조7600억원의 급여를 직원에게 지급했다. 급여총액 기준 국내 2위(현대차·6조4053억원)·3위(기아차·3조2501억원) 기업이 준 돈을 합산해도 삼성전자 급여총액에 못 미친다. 심지어 하위 1273개 기업이 지난해 급여로 지급한 돈(11조7526억원)을 전부 합쳐도 삼성전자 1개사 직원이 받은 급여보다 적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억1400만원을 받았다. 사업의 규모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고려하면 지난해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억대연봉은 받는 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등기임원 평균급여. 그래픽 = 차준홍 기자.

등기임원 평균급여. 그래픽 = 차준홍 기자.

그런데 지난해 삼성전자보다 평균급여가 높았던 국내 사업장이 26개나 있었다. 직원 1인당 평균급여가 국내서 가장 높은 기업은 오리온홀딩스였다. 지난해 1인당 평균 4억200만원을 지급했다. 오리온홀딩스는 7명의 직원을 두고 투자사업과 자회사 관리를 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11억6300만원)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9억400만원) 등에게 지급한 금액을 포함해서 공시한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라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에서 미등기임원이라면 일반 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로 기재할 수 있다.

이처럼 지난해 1인당 억대연봉을 지급한 기업(53개사) 중에서 35.9%(19개사)가 지주회사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그 회사의 경영권을 지휘·관리하는 회사다.

특히 한국에서 1인당 평균급여를 가장 많이 지급한 5개사는 모두 재벌그룹의 지주회사였다. CJ주식회사(3억8500만원·2위)가 57인의 직원에게 1인당 4억원 가까이 지급했다. 국내 최초의 지주회사인 LG(1억9674만원)가 3위였고, 매일홀딩스(1억9291만원·4위)·GS(1억9000만원·5위)도 각각 24~132명의 직원에게 1인당 평균 2억원 가까운 급여를 줬다.

평직원 1인당 평균급여. 그래픽 = 차준홍 기자.

평직원 1인당 평균급여. 그래픽 = 차준홍 기자.

53개 억대연봉 기업 중에서 증권사(12개사)·보험사(3개사)·은행(3개사)·종합금융사(3개사) 등 금융사가 39.6%를 차지했다. 벤처기업 창업투자 전문업체 에이티넘인베스트(1억8900만원·6위)가 모든 금융사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줬다.

업종별로 봐도 평균임금이 가장 높은 업종은 증권이다. 국내 22개 증권사 직원들은 평균 1억63만원을 받았다. 어느 증권사에 다니든 확률상 절반은 억대연봉이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KTB투자증권(1억4400만원·7위)·한국금융지주(1억3743만원·9위)·메리츠종금증권(1억3535만·10위)이 가장 많이 준다.

증권사 다음으로는 은행업종(9988만원)과 보험업종(8753만원) 종사자 급여액이 많다. 은행 중에서는 KB금융지주(1억2900만원·12위)가, 보험사 중에서는 코리안리(1억2300만원·13위)가 직원에게 가장 후했다.

제조기업 중에서는 에쓰오일(1억3760만원)이 직원에게 1인당 최고액의 급여를 지급했다. 똑같은 정유사업을 하는 GS칼텍스(1억2546만원)와 SK이노베이션(1억2000만원), 현대오일뱅크(1억1500만원)보다 1인당 평균 1214만~2260만원을 더 받았다. 또 화학업종 기업도 억대연봉자 비중이 높았다. 대한유화(1억2000만원·22위)·롯데정밀화학(1억400만원·40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업종별 평균급여액. 그래픽 = 차준홍 기자.

지난해 업종별 평균급여액. 그래픽 = 차준홍 기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지급하는 평균 인건비도 결국 산업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최근 반도체업종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 제조업종의 국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평균 인건비도 하락하는 추세”라며 “다른 산업보다 임금 수준이 하락하는 제조업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때 평균 인건비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꼭 대기업만 1인당 억대의 급여를 지급한 것은 아니었다. 총 직원수 130명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인당 2억4100만원을 지급했고, 기업규모상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제넥신도 1인당 평균 1억2300만원을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또 CJ E&M의 드라마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은 98명의 임직원에게 1인당 1억2453만원을 지급했다.
문희철·오원석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국내 53개 '억대연봉' 기업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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