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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 김정은 先 대화" 언급한 文…일각선 "불가능하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이 귀국함에 따라 관심 중 하나는 이달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성사여부다.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 기조연설 뒤 문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ㆍ미 간 구체적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지난번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처럼 합의를 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데 이어, 12일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과 실무 차원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으며 그럴 의지도 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어온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4일 방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1월 19일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2월 8일 비건 특별대표가 방북했다. 이후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의회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의회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비공개로 진행됐던 2차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남북 정상이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만나는 전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일정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남북 정상의 만남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슬로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과 관련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결국 우리가 만나게 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여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식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서로간에 따뜻한 친서들은 교환하고 있다. 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고 있다”며 남ㆍ북ㆍ미간 물밑접촉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비공개 회담 성사과정과 유사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실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브리핑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요청을 해왔고 남북의 실무진 통화에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 회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남측에 고(故)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남측에 고(故)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모습.연합뉴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순방 중에 발생한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을 듣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지시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며 “대통령의 부재 상황 등으로 북한 조문단이 판문점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을 면담하는데 그쳤지만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을 직접 보낸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조문 전달 외에 다른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남북 문제는 확정된 이후에 말할 수 있다. 다음에 따로 기회가 있을 때 밝히겠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반면 현재 상황은 지난해 1차 북ㆍ미 회담이 결렬 위기에 놓여 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도움을 요청했던 때와는 다르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ㆍ미는 하노이 회담 결렬 등을 거치며 비핵화를 위한 조건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미 두차례 북ㆍ미 정상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 그 동안 중재자를 자처했던 한국의 역할도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작별하고 있다. / 사진: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SNS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작별하고 있다. / 사진: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SNS

다만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 과정에서 신뢰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북ㆍ미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온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전달했고,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한ㆍ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의 뜻을 듣고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국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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