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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성장률·실업률 동반 역전 가능성…외환위기 뒤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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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한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역전된 데 이어, 올해는 실업률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지표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 단위로 한미 성장률·실업률이 동반 역전된 것은 지금까지 1998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하다.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5.91%포인트까지 벌어졌던 한·미 실업률 격차는 8년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격차가 줄더니 지난해에는 0.07%포인트(한국 3.83%, 미국 3.9%)까지 좁혀졌다. 이미 한국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016년 미국을 추월해 지난해(10.5%)에는 미국(8.6%)보다 1.9%포인트 더 높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한·미 실업률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월 단위로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50년래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실업률은 4%로 다섯 달 연속 4%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 실업률 역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한국의 연도별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았던 때는 외환위기가 한국을 강타한 1998~2000년뿐이다.

이는 최근 뚜렷한 미국의 고용 상황 개선세와 우리나라 고용 부진의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규제개혁과 기업 활성화 정책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에 육박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3%대까지 내려왔다. 반면 한국은 2013년(3.1%) 이후 5년 연속 실업률이 올라가는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 기업들의 투자 부진, 인건비 부담에 따른 민간 부문의 채용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취업자 수를 늘리려고 정부 재정을 투입하니 비경제활동인구가 새롭게 고용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실업률은 더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올해 한미 성장률·실업률이 동반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전면적인 방향 전환이 어렵다면, 적어도 내년도 최저임금만이라도 동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성장률은 미국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미국의 성장률은 2.86%로 한국(2.67%)을 앞선다. OECD는 최근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한 반면, 한국은 기존 2.6%에서 2.4%로 떨어뜨렸다.

성장률은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미국에 뒤질 듯

OECD 전망대로라면 경제 규모는 한국의 12배, 인구는 6배나 더 많은 미국이 한국보다 2년 연속 성장률을 앞서게 되는 셈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1년 이후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일이다. 조선ㆍ자동차 등 주요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수출이 줄고 투자ㆍ내수가 위축된 여파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경제 덩치가 큰 미국이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1980년(오일쇼크)·1998년(외환위기)·2015년(메르스) 등 주로 대외 충격이 컸을 때 발생했다.

한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37%로 1분기 성장률이 집계된 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 중이다. [자료: OECD]

한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37%로 1분기 성장률이 집계된 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 중이다. [자료: OECD]

문제는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성장률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아예 '마이너스'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의 '역주행'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는 경제 여건이 개선된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대외 악재가 커지고,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률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한미 성장률·실업률 동반 역전 현상이 오래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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