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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권의 세대교체···명동 지고 '샤로수길' 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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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 [연합뉴스]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 [연합뉴스]

서울에서 상업용 부동산(상가) 투자매력이 가장 큰 상권은 서울대입구역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태원·동대문·도산대로는 투자 위험이 큰 요주의 상권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러한 내용의 ‘서울 주요 상권의 부동산 임대업 리스크 검토’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률, 자본이익률을 종합해 서울 시내 38개 상권을 분석했다.

샤로수길 골목상권의 힘

그 결과 임대·투자여건(2018년 4분기 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서울대입구역 상권이다. 공실률이 불과 0.6%로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임대료 연간 상승률(5.3%)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2013년 조사에서 14위에 그쳤다가 껑충 순위가 뛰었다. 이른바 ‘샤로수길’로 대표되는 골목상권의 힘이다.

2위 상권은 왕십리였다. 왕십리는 2013년엔 아예 평가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왕십리는 하루 평균 11만명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교통 요충지로, 자본수익률(6.4%)이 서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실률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8.3→4.8%). 3위는 신림역이 차지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2013년 1위였던 홍대·합정 상권은 이번엔 4위를 기록했다. 2030 젊은층이 선호하는 대표 상권으로, 왕십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본수익률(6.2%)을 올리는 지역이다.

반면 2013년 평가에서 2위였던 혜화동은 35위로, 3위였던 명동은 31위로 밀려났다. 서울 상권의 세대교체 현상이 뚜렷했다. 주요 소비층인 20, 30대가 샤로수길, 연트럴파크 같은 새롭게 활성화되는 골목상권을 선호하면서 침체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원·동대문·도산대로, 상가 투자 주의보

공실률 분석 결과 서울에서 가장 공실 리스크가 큰 상권은 이태원과 동대문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공실률은 2013년 4분기 9.4%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엔 20.2%로 치솟았다. 동대문의 지난해 공실률은 13.3%로, 2014년 2분기 이후 두자릿수 공실률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 중 이태원은 미군부대 이전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퇴색되면서 점포수가 크게 줄었다. 2년 전과 비교할 때 서울 전체 점포수는 1.2% 줄었지만 이태원은 4.4%나 감소했다.

동대문 상권은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대형 쇼핑몰의 임대수익이 급감하고 상가의 자산가치도 하락세다.

이자상환리스크가 가장 큰 상권은 도산대로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상가 투자금(매입가격-대출금) 대비 임대소득 비율이 3%는 돼야 대출이자를 갚을 수 있다(대출금리 연 4%, 담보인정비율 75% 기준). 임대소득 수익률이 3%에 못 미치면 임대료를 받아도 대출이자를 충당하지 못한다. 도산대로는 서울 시내 상권 중 유일하게 2년 연속으로 이 비율이 3% 미만이었다(2017년 2.6%, 2018년 2.4%).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울 지역 전체로 볼 때는 부동산임대업의 부실 위험이 크지 않지만 이태원·동대문·도산대로의 경우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권의 중심이 도심·강남의 대형상권에서 골목상권 위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상권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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