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몇 달간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이 확산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의 이 캠페인은 텀블러 사진을 찍어 '#플라스틱프리챌린지' 해쉬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면서 뒤이어 참여하길 바라는 두 명을 지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14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만 26만6000여명이 동참했다.
텀블러 인증샷 올리면 렌터카회사가 대신 기부 #26만명 참여했지만 플라스틱 줄이기 효과는 적어 #“자기만족” vs “안하는 것보다 낫다”의견 맞서
이날까지 최근 한 달 동안 롯데호텔 소용덕 부회장, 롯데 이원준 부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등 기업인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등 금융계 인사도 함께했다. 이들은 자신이 이끄는 기관과 기업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11월 렌터카 회사 제주패스와 세계자연기금(WWF)이 시작했다. 2014년 유행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비슷한 릴레이 방식이다. 이 캠페인으로 제주패스가 WWF에 기부한 금액은 1000만원. 제주패스 컨버전스 전략팀 정은이 매니저는 “목표 참여 인원이 2만명이었고, 이를 달성해 제주패스가 1인당 1000원씩, 2000만원을 내서 텀블러를 제작했다"며 "지난 3월 텀블러 판매 수익금 중 1000만원을 WWF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이 캠페인에 따른 기부 활동은 끝났다. 최근 기업인 등 유명인사의 참여가 이어지지만, 금액 기부로 이어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기부 여부와 상관없이 캠페인이 계속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실제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니겠냐”라고 한다.
실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는 꾸준히 논의됐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한국은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7㎏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시민이 플라스틱 사용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SNS 캠페인을 두고 “보여주기식 기부”라는 지적도 있다. 2013년 스웨덴 유니세프는 ‘Likes don’t save life’(라이크가 생명을 구하지는 않는다), '슬랙티비즘(slack tivism·게으름뱅이와 사회운동의 합성어)’을 경계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적도 있다. SNS로 손쉽게 캠페인에 참여하며 도덕적으로 더 나은 사람처럼 보이거나,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된 듯한 자기만족을 느끼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김아란 나눔사업국장은 “SNS 캠페인은 보다 쉽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일회성 참여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질 때 기부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의견도 있다. 황 상임이사는 “인증샷 캠페인은 '텀블러 활용' 같은 경험을 실제로 해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적어도 사진 한장 찍은 후 까맣게 잊어버리진 않는다. 작더라도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