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1인당 GDP 6만 달러 넘는 홍콩인들 왜 이리 분노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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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지난 9일 이후 대규모 시위 사태를 몰고 왔던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15일 발표했지만 분노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날 법안 추진 보류를 발표해 결국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시민 시위·불복종 배경은 공산 중국 불신 #범죄인 인도법안 저지는 표면적 이유일뿐 #일국양제 ‘흔들’ 불안한 홍콩 미래에 분노 #‘홍콩인에 의한 통치’ ‘고도자치’ 참목표 #2014년 행정청장 직선 요구 시위 좌절 #비민주 간선제로 민심반영 어려워 불만 #홍콩인 그나마 누리는 법치 훼손 불안감 #시진핑 주석, 홍콩 민주화 요구에 경고도 #중국식 사회통제, 경제 발목 잡을 우려

캐리 램 홍콩 행정장관이 시민 반대에 밀려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15일 홍콩 입법회 앞에 노란 우산이 걸려 있다. 홍콩에서 우산, 특히 노란 우산은 2014년 이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법치를 얻기 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의 상징이다. 지금 보이는 우산에는 범죄인을 중국에 인도하는 것은 악법이며, 자유를 원하고 악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산 뒤로 번영하는 홍콩의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리 램 홍콩 행정장관이 시민 반대에 밀려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15일 홍콩 입법회 앞에 노란 우산이 걸려 있다. 홍콩에서 우산, 특히 노란 우산은 2014년 이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법치를 얻기 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의 상징이다. 지금 보이는 우산에는 범죄인을 중국에 인도하는 것은 악법이며, 자유를 원하고 악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산 뒤로 번영하는 홍콩의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민의 힘으로 법안 추진 저지  

시민 항의와 시위로 홍콩 당국이 법안 추진을 중단한 것은 2003년 7월 시민 50만 명이 국가보안법 입법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자 철회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더욱 자신감을 얻은 시민들은 법안을 아예 철회할 것과 람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남편과 두 아들이 영국 국적인 친중파 행정장관

시위대의 요구와 이들이 SNS에 올린 내용 등을 보면 홍콩 시민들은 이번 사태로 중국에 더욱 분노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12일 중국 관영 언론인 글로벌 타임스가 “외국 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위대를 외세의 조정을 받는 집단으로 몰아세운 것에 분노한다. 인민일보 자매지로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로 악명 높은 환구시보의 영어판 신문이 글로벌 타임스다.
일부 시민은 SNS에 친중파인 캐리람 행정장관이 남편과 두 아들이 모두 외국 국적이라며 이들이 홍콩 시위에 개입한 외세라며 조롱하는 내용을 올리고 있다. 그의 남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수학자로 홍콩 중문대 교수를 지내다 은퇴한 뒤 중국의 베이징 서우더(北京首都) 사범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아들 둘은 모두 영국에서 교육 받았으며 큰 아들은 중국 기업인 샤오미에 다니고 있다. 1980년부터 홍콩 공무원으로 일한 람 장관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영국 국적을 유지하다 2007년에야 이를 포기했다. 이렇게 약점이 많은 인물이어서 중국이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민 분노는 결국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의 정부 수반인 채리 램 행정장관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의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의 뒤로 홍콩의 번영을 보여주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정부 수반인 채리 램 행정장관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의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의 뒤로 홍콩의 번영을 보여주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악용 소지’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의 덫?

그런 람 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는 이번 사태에서 실익과 명분 모두를 잃었다는 평이다. 문제가 됐던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대만·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협약을 맺지 않은 국가·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넘길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2월 대만 여행 중이던 20대 남자가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는데도 법의 맹점 때문에 살인죄로 처벌하지 못하자 홍콩 정부는 그의 대만 송환과 처벌을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천안문 사태 등으로 홍콩으로 피신해 살고 있는 민주인사나 인권운동가, 반중국 인사를 중국으로 보내 처벌할 수 있다며 법안 저지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연일 벌여왔다.
여기에 대만 정부가 민의를 무시한 법 추진을 바라지 않으며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홍콩 당국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부 홍콩 시민은 중국이 홍콩 정부에 압박을 가해 이 법안을 준비 시켰다가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빌미로 송환 법안을 추진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소문이 돈 것은 그만큼 중국과 홍콩의 가치관이 다르고, 상당수 홍콩 주민들이 중국을 불신한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홍콩에서 범죄자 인도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14일 저녁에 열린 집회 모습. 지구 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도시이자 쇼핑과 관광 천국에서 벌어진 홍콩 시위는 전 세계의 관심을 불렀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 범죄자 인도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14일 저녁에 열린 집회 모습. 지구 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도시이자 쇼핑과 관광 천국에서 벌어진 홍콩 시위는 전 세계의 관심을 불렀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가 부러워하는 홍콩에서 왜 시위?

이번 시위 사태는 번영하는 홍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부유한 지역이자 쇼핑과 관광 천국이다. 현재 홍콩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물가 등을 감안한 구매력 기준(PPP)으로 6만42165달러나 된다. 세계적인 부국인 미국(6만2606달러)이나 스위스(6만4216달러)와 비슷하다. 명목 금액으로 따져도 4만8517달러로 독일(4만8256달러), 프랑스(4만2878달러), 영국(4만2558달러), 일본(3만9306달러)보다 많다.
이런 홍콩에서 103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은 24만 명)이 집결한 6월 9일 시위에 이어 대규모 시위가 계속 이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정치적인 불안은 투자 위축과 인재 유출을 부를 수 있는 경제 악재인데도 말이다.

중국에 잡혀가 법의 보호 잃을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 이런 시위 사태가 표면적인 벌어지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대 때문이다. 이 법안이 입법되면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서 홍콩에 피신한 민주인사나 민주운동가를 중국이 범죄 용의자로 분류해 송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홍콩의 반중국 인사나 인권 운동가도 얼마든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권 문제가 상존하는 중국으로 언제 송환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홍콩 시민이 중국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거나 어디론가 납치됐다가 돌아와서는 말문을 닿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두려움은 홍콩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낸 방아쇠였다. 홍콩 시민들이 그나마 누리던 ‘법치’와 ‘인권’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부추긴 셈이다. 시위 사태는 홍콩의 중국화를 막기 위한 처절한 저항이다.

명품 브랜드 간판이 즐비한 홍콩 코즈웨이 베이의 쇼핑가. 홍콩은 쇼핑천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명품 브랜드 간판이 즐비한 홍콩 코즈웨이 베이의 쇼핑가. 홍콩은 쇼핑천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근본 이유는 일국양제를 무력화한 중국 불신

하지만 이는 한 단면일 뿐이고, 그 심층 배경을 살펴보면 중국이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했던 자치 보장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홍콩을 중국화하려 한다는 불만과 불안, 그리고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분위기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홍콩과 마카오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1997년 포르투갈과 영국으로부터 마카오와 홍콩을 돌려받을 때 중국이 현지 주민과 서방권을 안심시키기 위해 내놓은 논리다.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개념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서도 일국양제로 통일하자고 요구해왔다. 일국양제는 중국의 공식 통일방안인 셈이다.
이번 시위에선 그런 일국양제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시위에서 일국양제와 함께, ‘홍콩은 홍콩인이 통치한다(香人治香)’, ‘고도자치(高度自治)’의 3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중국이 했던 약속이다. 홍콩 주민들은 단순한 범죄자 인도 법안 하나만 철회하든지 손 본다고 누그러질 태세가 아닌 이유다. 사태가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당원이 캐리 램 홍콩 행정장관이 공산당에 아첨하고 홍콩에 재앙을 불러왔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을 적은 패널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뒤에 번영하는 홍콩의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당원이 캐리 램 홍콩 행정장관이 공산당에 아첨하고 홍콩에 재앙을 불러왔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을 적은 패널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뒤에 번영하는 홍콩의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에도 행정장관 직선 요구하며 시위

홍콩에서 일국양제를 둘러싸고 대규모 항의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이 벌어진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이미 2014년 7월 행정장관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주최 측은 51만 명, 경찰은 9만 8600명이 참가했다고 각각 주장했다.
정식 명칭이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인 행정장관은 홍콩의 정부 수반이다. 행정장관은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에 따라 선거위원회가 간접 제한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중국 국무원 총리가 형식적으로 임명한다. 국민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지도자가 아니다. 홍콩 주민은 주민 직접 선거를 통한 선출을 요구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한다. 이럴 경우 홍콩이 준독립국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불똥이 본토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잡한 선거 방식으로 민심 반영 어려워  

간접 선거 방식도 복잡하다. 현재는 입법회 의원, 구의회 의원, 홍콩에서 선출해 베이징에 보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 대표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표, 38개 직능별 선거위원회에서 선출한 사람 등 1200명으로 이뤄진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직능대표는 친중국계가 대부분이어서 대표 선거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인단은 처음 400명으로 시작해 1998년 800명으로 늘었고 2012년 선거에서 1200명이 됐다.
그런데 2007년 중국의 입법기관 격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는 2012년 실시 예정이던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접선거 선거인단을 1200명으로 늘리고, 2017년부터는 직선제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깜짝 놀랄 일이다. 하지만 고분고분 홍콩을 홍콩 주민의 손에 놓아줄 중국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잘 살펴보면 함정이 있었다.
2014년 8월 31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17년 실시 예정이던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직선제 전환과 관련해 ‘1200명 안팎으로 이뤄진 행정장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50% 이상이 지지한 사람만 행정장관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추천위원회라는 강력한 거름 장치를 통해 사실상 친중파 인사 두어 명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전인대는 “홍콩 행정장관은 반드시 애국 인사가 맡아야 한다”며 친중 인사만 행정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홍콩 시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말만 직선제이지 후보 등록부터 제한해 주민의 의사가 더욱 반영되기 힘들게 된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간선제 시절에도 선거위원 8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시민 불복종 ‘우산 혁명’ 전통의 홍콩 시민들  

이에 홍콩 주민들은 행동에 나섰다. 그해 9~12월 청년들을 중심으로 행정장관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와 도로를 점거하는 연좌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시민 불복종 운동과 수업거부 운동으로 번졌다. 수많은 가게가 문을 닫거나 영업을 단축했다. 시민들이 상징적으로 우산을 받쳐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해서 ‘2014년 우산혁명’으로 부른다.
그 결과 홍콩 입법회는 2015년 6월 15일 선거제도 개편안을 8대 28로 거부해 행정원장 선거는 간선제로 남게 됐다. 중국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후보 추천’이라는 제도를 제안하면서 생색만 낸 셈이 됐다.

2017년 7월 1일 홍콩 반환 20주년 기녀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왼쪽)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7년 7월 1일 홍콩 반환 20주년 기녀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왼쪽)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7년 시주석 “중앙에 도전 용납 못해” 경고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7년 7월 1일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국양제의 ‘일국’만 강조하면서 홍콩인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홍콩인들은 일국의 관점을 따라야 한다” “중앙 정부의 권력에 도전하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홍콩 헌법 격인) 기본법 역시 중국 헌법의 하위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로 홍콩의 민주파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수많은 홍콩 주민은 행정원장 선출뿐 아니라 홍콩의 입법기관인 입법회의 선출 방식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입법회는 현재 지역구 35석, 직능대표 35석으로 모두 70석으로 구성된다. 지역구 의원은 홍콩 유권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한다. 하지만, 직능대표 중 30석은 기업을 비롯한 각종 직능단체 회원들이, 나머지 5석은 구의회에서 선출한다. 직능대표는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으며 지역구도 현재 친중파 18석, 민주파 16석, 공석 1석의 분포다. 민주파가 거리엔 100만 명의 항의 군중을 모을 수 있어도 제도적으로는 행정장관을 차지하거나, 입법회를 장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명물인 홍콩의 야경. 즐비한 고층건물과 휘황찬란한 야경은 홍콩의 경제적 번영을 상징한다. 홍콩은 금융과 해운, 그리고 서비스 산업으로 아시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맹추격을 받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선 이미 뒤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인 명물인 홍콩의 야경. 즐비한 고층건물과 휘황찬란한 야경은 홍콩의 경제적 번영을 상징한다. 홍콩은 금융과 해운, 그리고 서비스 산업으로 아시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맹추격을 받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선 이미 뒤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유와 법치 잃고도 홍콩 번영 지속 가능할까

형식적으론 중국의 홍콩 내정에 대한 간섭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 선거 제도를 보면 실질적으로는 얼마든지 간섭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선거 방식을 실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드물다. 민주주의와도, 대의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홍콩이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인 간섭을 심하게 받고도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 등과 겨뤄 계속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홍콩 시민들을 행동에 나서게 한 셈이다. 홍콩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자유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홍콩 시민들은 중국 압박에 따른 정치 불안과 사회 통제가 미래 홍콩의 발목을 잡을 최대 악재로 보고 민주화와 인권 보장, 그리고 법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의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들은 이번 시위를 통해 중국인과 다른 홍콩인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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