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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잘 싸웠다” 주말 밤 서울 거리에 울린 ‘대~한민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뉴스1]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뉴스1]

2002년 광화문을 뒤흔들던 ‘대한민국’ 함성이 17년 만에 다시 울려 펴졌다. U-20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우크라이나에 1대3으로 아쉽게 패했다. 거리 응원에 나와 90분 내내 선수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시민들은 경기가 종료된 뒤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서울 도심서 밤을 잊은 대규모 응원…“값진 준우승”

16일 오전 1시(한국시각)부터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 시내 곳곳에서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단체 응원전이 시작됐다. 붉은 옷을 입은 시민들의 입장 대기 줄은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경기가 새벽 시간에 진행되고 전날 저녁에 내린 소나기로 날씨도 쌀쌀했지만, 6만6000여 관중석을 반 이상 채운 시민들이 내뿜는 열기로 경기장은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응원용 풍선을 흔들거나 붉은색 수건을 접었다 펼치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붉은색 빛이 깜빡거리는 머리띠와 나팔 등 각양각색 응원 도구들도 활기를 더했다.

경기장에 대형 태극기가 펼쳐지자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호, 나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반 4분쯤 우리나라가 선제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세윤이 돌파 과정에서 다닐로 베스코로바이니에게 걸려 페널티라인에서 넘어졌을 때 응원하던 시민들은 함께 “VAR’을 연호했다.

주심이 VAR을 확인한 뒤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이강인이 키커로 나와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자 시민들은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위로 들고 환호했다. ‘우승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모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한 민국”을 외쳤다.

상대 팀인 우크라이나에 동점골을 허용했을 때는 안타까운 듯 머리를 감싸고 탄식을 하면서도 ‘괜찮아’라고 연호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표팀이 후반전 들어 두 골을 연달아 내주고 승부가 기울자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응원을 이어갔다.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가 열린 16일 새벽 대전 중앙로역 주변에 거리응원 나온 시민들이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가 열린 16일 새벽 대전 중앙로역 주변에 거리응원 나온 시민들이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아쉽게도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3-1로 패했으나 시민들은 태극전사들을 끝까지 격려했다.

새벽 경기를 보기 위해 집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나왔다는 한 시민은 “결과는 아쉽지만 결승전까지 올라온 선수들이 잘 싸워줘 고맙다”고 말했다.

자치구별로 마련된 응원 행사장도 가족·연인·동료 등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초구 강남역 9·10번 출구 사이 ‘바람의 언덕’에서 열린 단체 응원전에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전날 저녁 10시께부터 준비된 방석 1000개가 모두 동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상당수 시민은 선 채로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한 듯 까치발을 드는 이들도 있었다.

이밖에 청량리역 광장과 송파구 석촌호수, 구로구 신도림 오페라하우스에서도 인근 주민들이 모여 응원 열기를 보탰다.

중랑구 면목역 광장, 중구 충무아트센터 야외 광장, 강동구청 앞 잔디광장에서도 자치구에서 준비한 단체 관람 행사가 진행됐다.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은 준비해 온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는 등 행사장 뒷정리에 동참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출구 앞에는 시민들이 모은 쓰레기 봉지들이 가지런히 쌓였다.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발목 부상이나 두통 등으로 봉사단을 찾은 시민이 10여명 있었으나 별다른 안전사고는 없었다.

이날 강남역을 비롯해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강동구 열린뜰 잔디광장, 송파구 석촌호수, 구로구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등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밤을 잊은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서울시는 응원 나온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 6호선의 막차 시간을 오전 1시까지 연장하고, 16일 오전 4시50분과 5시에 월드컵경기장역을 출발하는 열차를 임시 투입한다.

시내버스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을 정차하는 8개 노선을 대상으로 경기장 주변 정류소에서 새벽 1시까지 탑승할 수 있도록 연장 운행한다. 막차연장 노선은 271, 571, 710, 6715, 7011, 7013, 7019, 7715로 총 8개 노선이며, 심야 올빼미 버스도 정상 운행한다.

부제로 나눠 운행하는 개인택시 4만9000여 대도 15일 오후 10시부터 16일 오전 6시까지 일시적으로 부제를 전면 해제해 택시 공급량을 늘린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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