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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홍콩 100만 상복 시위 예고…시민들 경찰 폭력진압에 비폭력·비협조 항의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후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에서 시민들이 전날 경찰의 최루탄, 고무탄 발사 등 과잉 폭력 진압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에서 시민들이 전날 경찰의 최루탄, 고무탄 발사 등 과잉 폭력 진압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입법원 주위에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친 채 경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입법원 주위에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친 채 경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홍콩 민주진영이 오는 일요일 10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상복 시위를 예고했다.

시민들 지하철 운행 방해…성가 부르며 폭력진압 규탄 #텔레그램 단체방 운영자 체포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도

지난 9일 103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백의(白衣) 시위를 주도한 민주파 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은 13일 오는 16일 ‘흑색 대행진’을 거행한다고 발표했다. 민진측은 “16일 오후 2시 반에 검은 옷을 입고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빅토리아 공원에서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며 시민을 폭력 진압한 경찰 규탄, 중국 송환 법률 철폐, 캐리람 행정장관 하야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시위 허가를 신청한 리줘런(李卓人) 노동당 의원은 “(6·9)100만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은 다시 나올 것이고, 동참하지 않았던 시민도 경찰이 자녀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것을 본 이상 모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그는 16일 시위도 평화 행진으로 진행될 것이며 만일 경찰이 행진을 비준하지 않는다면 홍콩이 계엄 상태인지 아닌지를 질의 할 것이고 다른 대책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진의 우려처럼 16일 행진은 홍콩 경찰이 불허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12일 경찰이 폭동으로 규정한 시위 역시 신청 내용과 달리 공공도로 점령과 폭력시위로 변질했다고 경찰은 주장했다.

민진측은 송환 법안 심의를 막기 위해 오는 월요일(17일)에도 입법회 주위에 집회를 신고해 놓은 상태다. 법안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는 홍콩 입법회는 주말까지 관망에 들어갔다. 입법회 주석(의장)은 13일 주말까지 법안 심의는 없다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홍콩은 정중동의 상태에서 시민들의 비폭력·비협조 시위가 간헐적으로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이 홍콩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18차례 지하철 출입문을 막아 출발을 지연시켰고, 10차례 비상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출퇴근길 홍콩 지하철이 20여 차례 최대 20여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홍콩 법률에 따르면 지하철 운행 방해 시 최대 2000 홍콩달러(약 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지만, 어제 체포된 시민은 없다고 홍콩 빈과일보는 보도했다.

폭력진압 현장인 입법원 앞 육교에는 최대 4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성가를 부르며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했다. 이들은 “홍콩시민에게 폭력사용을 중지하라” “사격 중지” “학생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는 피켓을 든 채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Sing hallelujah to the lord)’를 합창했다. 시민들은 육교 입구에 각종 항의 구호를 적은 A4 용지를 붙였다. “당신과 나 모두 양식 있는 홍콩인,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적은 6·4 천안문 탱크맨 사진도 눈에 띄었다.

13일 오후 11시 경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에 한 학생이 비폭력을 호소하는 구호를 적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11시 경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에 한 학생이 비폭력을 호소하는 구호를 적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 초입에 시민들이 붙여놓은 폭력 진압 반대 구호.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 초입에 시민들이 붙여놓은 폭력 진압 반대 구호. 신경진 기자

기자들도 항의에 동참했다. 13일 열린 스티븐 로 홍콩 경찰청장 기자회견에 기자단은 형광 조끼와 헬멧 차림으로 참석해 경찰의 6·12 폭력 진압에 항의했다. 스티븐 청장은 기자단에 “경찰이 기자단을 무례하게 대했다면 사과한다”며 “일부 시위대가 기자를 가장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날 스티븐 청장은 6·12 시위에서 150발의 최루탄과 수발의 고무탄, 20발의 자루탄을 사용했으며 공공지역 소란, 불법 집회, 경찰 공격, 폭동 혐의로 11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텔레그램 사이버 공격 논란도

13일 오후 11시 경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에 시민들이 모여 성가를 부르며 전날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11시 경 홍콩 입법원과 이어지는 육교에 시민들이 모여 성가를 부르며 전날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이번 홍콩 시위는 메신저 텔레그램으로까지 번졌다. 메신저 텔레그램을 만든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는 13일 트위터에 “홍콩에서 시위가 벌어진 바로 그 시간에 역사적인 규모인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초당 200~400기가바이트)을 겪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텔레그램은 대화 내용이 암호화돼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인도 많이 사용한다.

11일 밤에는 1만~3만 명의 텔레그램 단체방을 관리한 홍콩 시민 이반 입이 경찰 정보처 형사들에 의해 자택에서 체포됐다. 체포 혐의는 공공질서 파괴 음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입이 입법원 주변 도로 점령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 공격에 대해 중국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중국은 일관되게 어떤 형식의 인터넷 공격에 반대하며 중국 역시 인터넷 공격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홍콩 총영사관 측은 “홍콩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시위에 대한 사전 공지를 홍콩 경찰 측에 요청했다”며 “홍콩 경찰청은 적절한 시점이 되면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 자제와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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