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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페북에 VR기기 제조사 판 이 사람… "5년 안에 가상현실 게임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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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3D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소비자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그래픽의 완성도가 낮은 것이 결정적이었죠. 3D 게임은 수년간 시행착오 끝에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저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4~5년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VR은 그 시기를 지나왔고, 이제야 킬러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5G 인프라가 구축되면 엄청난 기회가 열릴 겁니다.

지난 수요일(12일), 잠실에서 만난 조이펀(JoyFun) 서동일 부사장은 오늘날 VR 시장이 침체기가 아닌 적응기를 보내고 있으며, 향후 5세대 이동통신이 접목된다면 수많은 킬러콘텐츠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 말했다.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는 VR 기기 제조사와 협업해 기기 보급에 앞장서야 하고, 콘텐츠 제작사는 국내 기기 보급이 활성화될 때까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서 부사장의 생각이다.

"침체기 아닌 성숙기" 서동일 前 오큘러스 지사장이 말하는 VR 시장 전망

서 부사장은 2014년 페이스북에 23억 달러(당시 한화 약 2조5000억원)에 인수된 VR 기기 제조사 오큘러스(Oculus)의 공동 창업자 8명 중 1명이다. 합병 이후 1년 만에 페이스북을 나와 지난해까지 VR 콘텐츠 제작사 '볼레크리에이티브'를 운영했다. 하드웨어 제조와 콘텐츠 개발을 두루 경험한 국내에선 찾기 힘든 VR 전문가다. 오는 7월부터 열리는 <폴인스터디 : 5G 비즈니스, 아이돌부터 제조업까지>에 연사로 서는 서 부사장과 만나  VR 시장이 5G 시대에 맞이할 비즈니스 기회를 이야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동일 조이펀(JoyFun) 부사장. [사진 김대원 폴인 에디터]

서동일 조이펀(JoyFun) 부사장. [사진 김대원 폴인 에디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뜨겁던 VR 시장이 잠잠합니다. 침체기에 빠졌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VR 분야의 해외 시장의 투자는 2017년 최고치를 경신한 뒤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이라 보기는 힘듭니다. 지금은 초기 단계 투자 이후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입증되면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교육이나 헬스,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VR 시장이 확장되겠죠.
볼레크리에이티브를 정리하고 현재 조이펀(JoyFun)의 부사장을 맡고 계신데요.
조이펀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반의 스마트 피트니스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모니터에 나온 3D 캐릭터의 동작을 따라 하면, 카메라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올바른 운동자세를 알려주죠. MR과 VR은 다른 분야지만 일정 부분 유사성이 존재해 흥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볼레크리에이티브는 지난 여름에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창업 이후 3년간 2개의 게임을 만들었고, VR 테마파크에 납품했어요. 고객 반응은 좋았지만, 콘텐츠 시장이 커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은 거죠. 비록 저는 사업을 접었지만 2~3세대 콘텐츠 제작사들이 VR 산업을 높은 수준으로 성장시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재 VR 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VR 시장은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VR 기기의 가격이 비싸고, 유선환경 탓에 사용하기 불편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부족하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려면 가정에서 소비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시장 확산이 초기 단계인 VR 테마파크에 머물러 있습니다.
5G 시대에 VR 산업이 주목받는 것은 이동통신 기술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무선통신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앞에서 말한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거든요. 특히,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웹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고 게임 화면을 HMD(Head Mount Display, VR 안경)에 송출하는 형태로 시스템이 개편되는 거죠. 무선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니 환경의 제약이 사라지고, 소비자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콘텐츠 사용료와 HMD 구매 비용만 지불하면 되니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죠. '재미'만 잡으면 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클라우드 VR게임을 체험 중인 고객들. [사진 LG유플러스]

클라우드 VR게임을 체험 중인 고객들. [사진 LG유플러스]

언제쯤 그때가 올까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속도는 이동통신사가 결정할 문제라 제가 전망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동통신사가 망설일 이유가 있나요? 
5G는 수신 거리가 짧아 LTE보다 훨씬 많은 중계기가 필요합니다.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뜻이죠. 그런데 통신요금 인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비싸면 소비자가 LTE에서 넘어오지 않을 테니까요. 여기서 통신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5G 인프라 구축 비용을 메우기 위해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한데, 새로운 서비스로 수익 창출에 확신이 설 때까지 5G 인프라 구축을 미룰 수도 있죠.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VR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드웨어 제작사는 5G 통신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거나 신규 서비스의 수익성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미리 신기술에 부합하는 하드웨어를 개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조사가 추가 비용(개발 비용 및 유지보수 비용)을 들여 시장을 개척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장에 출시된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고, 하드웨어 보급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겠죠. 통신사는 VR 서비스로 돈을 벌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나 엘지전자같은 국내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5G 통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VR 기기 확보를 우선순위로 잡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겁니다. 콘텐츠 제조사는 국내 VR 시장이 성장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큰 시장이 존재하고, VR 콘텐츠는 국가간 문화 차이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VR에 정말 비전이 있다고 보시나요?
VR은 시간과 공간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어를 통해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개선하고 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야말로 VR 기술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향후 교육·헬스·시뮬레이션 등의 시장이 VR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하며, 이외에도 여행산업이나 스마트 팩토리 시장에서 VR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G 시대 VR의 미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폴인스터디 : 5G 비즈니스, 아이돌부터 제조업까지>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김대원 에디터 kim.da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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