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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연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 투어…코믹 영화에 뭉클한 감동 더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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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호 면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유주현 기자의 컬처 FATAL]

토니상 7회, 올리비에상 7회 수상이라는 엄청난 이력을 지닌 ‘뮤지컬계 살아있는 전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웨버가 직접 작곡과 제작에 나선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국내 초연이 막을 올렸다. 2003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잭 블랙 주연 동명 영화의 뮤지컬 버전으로, 2015년 브로드웨이와 2016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최근 부산에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 가 개관되면서 제작사 에스앤코는 ‘라이온 킹’ 20주년 월드투어로 서울-부산-대구를 잇는 대도시 장기 투어 모델을 만들어 놓았다. 이 코스를 밟아나갈 신작 ‘스쿨 오브 락’은 국내 뮤지컬 시장 확대라는 임무를 잘 수행해 낼까.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라이온 킹’의 경우 20년 넘게 장수하며 전세계 모든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통틀어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한 콘텐트인 관계로 장기 투어에도 리스크가 작았지만, ‘스쿨 오브 락’은 그 정도 인지도는 갖고 있지 않다. 국내 뮤지컬계의 전통적인 흥행 코드인 스타캐스팅으로 승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파란 눈의 외국인 꼬마들이 대거 등장하는 낯선 무대다.

‘메리 포핀스’ ‘시스터 액트’ ‘킹키 부츠’ ‘플래시댄스’ 등 영화 원작의 뮤지컬 제작이 요즘 트렌드긴 하다. 이런 ‘무비컬’들은 보통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가 예측 가능한 만큼의 재미를 보장하지만, 영화와 다른 뮤지컬만의 매력은 발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전설’ 웨버가 만든 ‘무비컬’은 뭐가 다를까.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영화는 코미디언 잭 블랙의 원맨쇼에 가까운 요절복통 코믹 일변도의 스토리였다. 밴드에서 쫓겨난 ‘루저’ 록커 듀이가 집세를 내기 위해 명문 사립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위장취업했다가 초등학생들을 이끌고 밴드 배틀에 나간다는 이야기 골격은 99% 그대로다. 그런데 뮤지컬은 음악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 쪽으로 각도를 살짝 비틀었다.

‘억압받던 아이들의 저항’이란 설정은 사실 지난해 국내 초연된 뮤지컬 ‘마틸다’와도 비슷하다. 완벽한 성공을 보장하는 연 5만불짜리 명문 학교에 다니면서도 소통이 안되는 부모 아래 주눅들어 살아가던 10살짜리 아이들이 ‘록스피릿’을 깨우치면서 저마다의 개성과 자존감을 찾고 훌쩍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저항하라”를 외치는 건 두 작품이 똑같다. ‘마틸다’에 열정적인 군무와 합창 ‘Revolting Children’이 있다면, ‘스쿨 오브 락’에는 ‘Stick it to the Man’이 있다. 단지 저항의 도구가 다르다. ‘마틸다’가 마법같은 이야기의 힘으로 절대악을 물리치는 판타지 동화라면, ‘스쿨 오브 락’은 보다 현실적인 휴먼 드라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음악의 힘으로 권력자에게 맞서라고 외치니 공감의 폭이 넓다.

그래서일까. 남녀노소가 절로 즐거워한다. 작품 속 원칙을 강조하는 ‘꼰대’ 교장 로잘리 멀린스가 록 음악 한 소절에 과거를 회상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록매니어 본색을 드러내듯, 나이 지긋한 어르신 관객들도 작품을 관통하는 록 사운드에 하나가 되어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크게 웃고 들뜬 모양새다. 누구나 가슴 한구석 간직하고 있는 록스피릿을 건드려주는 무대인 것이다.

뮤지컬 무대이기에 배가된 매력도 있다. 일단 오프닝과 엔딩이 완벽한 록콘서트 현장으로 변해 관객을 강력히 빨아들인다. ‘Stick it to the Man’ ‘You're in the Band’ 등 웨버가 새롭게 작곡한 14곡이 추가된 풍성한 음악은 시종일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교장 선생이 모차르트 ‘밤의 여왕’ 아리아로 권위를 상징하는 등, 뮤지컬 언어로만 가능한 위트도 도처에 넘쳐난다.

아이들의 라이브 연주도 이 무대를 특별하게 만든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 정해진 악보대로 또박또박 연주하던 아이들이 록커만의 스웨그를 한껏 장착하고 자유를 발산할 때, 음악에는 애어른도 없고, 프로와 아마추어도, 클래식과 록의 구분도 진정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사진 클립서비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무대를 영화와 구별짓는 건 뭉클한 감동 한 줄기다. 배틀을 포기한 듀이에게 아이들이 찾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 게 선생님”이라고 노래할 때, 웨버 특유의 서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멜로디가 주는 감동은 이 이야기의 주제이기도 한 음악의 힘을 그 자체로 웅변한다. 단순한 코미디가 감동으로 승화될 때, 바로 ‘왜 뮤지컬인가?’에 대한 대답이 되는 순간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은 또 있다. 밴드 배틀에서 아이들이 ‘School of Rock’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 피트 속에 있던 공연 밴드 멤버들이 일어나 피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연주를 멈춘 채 박수를 치는 모습이다. 공연 시작 전 “아이들이 실제로 연주하는 게 맞다”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안내 멘트를 입증하는 제스처다. 아이들이 온전히 주인공이 되는 이 순간, 어른들도 가장 열광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관객 저변을 확장시키는, 진정한 가족 뮤지컬의 탄생이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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