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과 너무 자주 한다" "여성할당은 좌파적"…시험대 오른 황교안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취임 100일을 갓 넘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당 안팎에서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당의 정체성 불만부터 대여 투쟁 방식 등을 두고서다. 내년 총선을 앞둔 당내 계파 간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전망이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희망 공감-일자리 속으로' 일환으로 13일 오전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을 방문,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희망 공감-일자리 속으로' 일환으로 13일 오전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을 방문,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막말 논란’ 사과했더니 ‘사과 논란’=내분 조짐은 막말 논란에 대처하는 황 대표의 모습을 두고 일부 인사들이 불만을 표하면서 시작됐다. "빨갱이" "천렵질" 등 막말 시비로 한국당 의원들이 자주 구설에 오르자 황 대표는 대국민 사과와 엄정한 처벌을 공언했는데, “야당의 입을 스스로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우파들 사이에선 황 대표가 사과를 너무 자주 한다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하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야당을 도둑놈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사과를 못 받으면서 우리만 맨날 사과해야 하냐”고 말했다.

앞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11일 페이스북에 “야당 당수가 마땅하고 옳은 말하는 자기 당 싸움꾼만 골라서 징계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공천룰 두고도 불만 솔솔=지난 6일 신상진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자,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즉각 탈당을 시사했다. 이후 일각에선 친박계의 릴레이 탈당과 박근혜 신당 창당설까지 나왔다.

여성 공천 30% 할당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11일 한국여성유권자 연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여성 공천 30%’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마음이 탁탁 맞는 여성 친화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인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페이스북에 "여성할당제는 좌파들이 하는 짓"이라며 "자유주의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실력이 최고라서 뽑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이것이 진정 평등한 사회"라고 했다.

◆“제왕적 당 대표제냐”=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한국당에는 소위 ‘투 톱’ 정치 밖에 보이질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 대표제, 제왕적 원내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중심인 국회는 올스톱 시켜놓고 당 지도부의 스케줄은 온통 이미지 정치뿐이다. 지금 정국이 그토록 한가한 상황인지 당 지도부께 충정을 갖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비박계 의원은 “야당이 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대는 장외가 아닌 국회다. 황 대표가 지난 3개월간 장외 투쟁은 충분히 했으니, 이젠 꼬인 정국을 펼 지도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황 대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의견들 잘 모아 한국당이 자유 우파의 중추세력이 되어서, 이 정부의 폭정을 막아내는 역할을 감당해나가겠다”고 했다.

불만이 속출하는 데엔 황 대표의 당내 기반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진 의원들이 정치 신인인 황 대표를 잠잠이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면, 총선이 가시화된 지금부터는 서서히 각자도생에 돌입한 것"이라며 "관료 황교안이 아니라, 정치인 황교안의 진짜 리더십이 이제 발휘돼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