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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노른자, 코끼리 배설물…개성 넘치는 동남아 커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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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커피 여행

커피 애호가 사이에서 산지를 찾아가 풍광을 즐기고 커피도 시음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커피 산지는 아프리카나 중남미보다 가까워 커피 여행을 즐기기 좋다. 사진은 베트남 달랏의 한 커피 농장. 최승표 기자

커피 애호가 사이에서 산지를 찾아가 풍광을 즐기고 커피도 시음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커피 산지는 아프리카나 중남미보다 가까워 커피 여행을 즐기기 좋다. 사진은 베트남 달랏의 한 커피 농장. 최승표 기자

동남아시아 커피 하면 달고 쓴맛이 강한 인스턴트 커피 믹스부터 떠오른다. 하나 동남아를 여행해본 사람은 안다. 눅진한 날씨에 시달리다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프리카·중남미 커피 못지않게 개성 넘치고 고급인 커피가 얼마나 많은지. 장담하는데, 동남아 커피는 홀대받고 있다.

 베트남의 핀 커피와 에그 커피

베트남에서는 철제 필터에 내린 걸쭉한 커피에 연유를 타 마시는 '핀 커피'를 즐겨 마신다. 최승표 기자

베트남에서는 철제 필터에 내린 걸쭉한 커피에 연유를 타 마시는 '핀 커피'를 즐겨 마신다. 최승표 기자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다. 에스프레소에 쓰고 묵직한 맛을 더해주는 로부스타(Robusta)가 주종을 이룬다. 최근엔 고급 아라비카종도 많이 재배한다. 베트남 남부 고산지대 달랏 지역이 베트남 커피 성지라 할 만한 곳이다. 사계절 날씨가 선선한 지역인데 빼어난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농장이 많다. 소수부족인 커족이 운영하는 커(Kho) 커피가 대표적이다. 달랏의 인기 관광지인 랑비엔산 근처에 있다. 여행서 론리플래닛이 추천한 곳으로, 유기농을 고집한다.

베트남 하노이가 원조인 에그 커피. 달걀 노른자와 우유를 커피와 섞어 마신다. 고소한 맛이 강하다. 최승표 기자

베트남 하노이가 원조인 에그 커피. 달걀 노른자와 우유를 커피와 섞어 마신다. 고소한 맛이 강하다. 최승표 기자

베트남 사람들은 철제 필터에 내린 걸쭉한 커피에 연유를 타 마시는 ‘핀 커피’를 즐겨 마신다. 어느 카페에서든 맛볼 수 이다. 하노이가 원조인 계란 커피도 있다. 날달걀 노른자와 우유를 넣고 거품을 낸 커피인데 고소한 맛이 강하다. 계란과자를 커피에 푹 적셔 먹는 기분이랄까.

 4대 커피 강국 인도네시아

커피 생산량이 많은 국가에서는 농장을 방문해 커피 체리를 수확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커피 생산량이 많은 국가에서는 농장을 방문해 커피 체리를 수확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인도네시아도 커피 강국이다. 세계 생산량 4위다. 수마트라, 자바, 만들링 등 익숙한 커피 이름이 모두 인도네시아의 주요 커피 생산지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광범위한 지역에서 커피 생산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를 찾은 한국인은 루왁(Luwak) 커피를 많이 사온다.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커피인데 쓴맛이 덜하고 묘한 향이 난다. 요즘은 동물 윤리 차원에서 루왁 커피 생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루왁 커피 말고도 인도네시아에는 고급 커피가 많다. 수마트라 섬 만델링, 술라웨시 섬 토라자 등의 커피가 스페셜티 원두로 세계적 수준을 인정 받고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아침 메뉴로 즐겨 먹는 진한 커피와 카야 토스트. 백종현 기자

싱가포르 사람들이 아침 메뉴로 즐겨 먹는 진한 커피와 카야 토스트. 백종현 기자

싱가포르는 커피를 일절 생산하지 않지만 독특한 커피 문화가 있다. 달큰한 카야 잼 바른 토스트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진한 커피가 대표적이다. 걸쭉하고 기름진 커피(Kopi)에 진득한 연유를 섞어 마시기도 하는데 무더운 날씨에 시달리다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든다.

 태국의 코끼리 똥 커피 

태국의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 배설물에서 커피 원두를 채취해 만든 커피다. [중앙포토]

태국의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 배설물에서 커피 원두를 채취해 만든 커피다. [중앙포토]

태국은 커피 생산량이 많은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태국 북부 치앙라이, 치앙마이 산악지역에서 제법 준수한 커피가 나온다. 태국 전국구 브랜드로 자리 잡은 도이창(Doi chang) 커피, 태국 왕실이 고산족 생계를 위해 만든 도이퉁(Doi tung) 커피가 대표적이다.

태국에는 세계 최상위 커피인 ‘게이샤’나 ‘블루마운틴’만큼 비싼 커피가 있다. 바로 코끼리 똥 커피 ‘블랙 아이보리 커피’다. 태국 동부 수린 주의 농촌 마을 ‘반 타클랑(Ban Taklang)’에서 생산해 태국과 몰디브의 럭셔리 호텔에만 공급한다. 치앙라이 아난타라 리조트에서 맛볼 수 있다. 증기 압력을 이용하는 사이폰 방식으로 한 번에 에스프레소 4잔을 뽑아낸다. 가격은 약 6만원이다. 커피에서 코끼리 주식인 바나나와 사탕수수 향이 은은하게 난다.

치앙라이 아난타라 리조트에서 맛볼 수 있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 코끼리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로 만든 커피다. [중앙포토]

치앙라이 아난타라 리조트에서 맛볼 수 있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 코끼리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로 만든 커피다. [중앙포토]

아세안 커피·차 맛보려면

 다양한 동남아 커피를 서울에서 맛볼 기회가 생겼다. 14~16일 서울광장에서 아세안 종합문화축제 ‘2019 아세안 위크’가 열린다. 아세안 국가들의 음악·패션·여행을 아우르는 행사로, 먹거리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디자인 파빌리온, 관광 파빌리온 등 부스에서 쿠폰 5개를 받으면 음료를 준다. 인도네시아·태국·라오스·베트남 원두를 혼합한 콜드브루 커피, 브루나이 치아시드 밀크티, 필리핀 망고주스 등을 맛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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