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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김정은 위원장의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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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휴대전화에 ‘노 서비스(No Service)’라고 떴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있었다.”

지난 주말 호주의 한 뉴스 사이트(news.com.au)에 북한 나진·선봉(나선) 경제특구 방문기가 올라왔다. 영국 여행작가 토미 워커가 쓴 글이다. 방문 시기는 올 3월 초로 추정된다. ‘개방 도시’라는 나선 특구에서 워커가 받은 인상은 ‘과거에 파묻힌 도시, 정보가 차단된 세상’이었다. “지구촌 곳곳을 다녀봤지만 나선에서 가장 큰 문화 충격을 겪었다”고도 했다. ‘건물 벽에 광고는 없고 정치 포스터뿐이었다. 카지노엔 다이얼식 전화기가 있었다. 나진 시장에선 담배 200개비가 단돈 3달러(3550원)였다. 일행과 얼마 전에 있었던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얘기했다. 북한 가이드가 결과를 물었다. 아직 TV에 나오지 않아서인지 북한 주민들은 아무도 회담 내용을 몰랐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정상회담 내용을 전한 것은 회담 결렬 엿새 후인 3월 6일이었다.

어제는 보다 충격적인 북한 관련 뉴스가 나왔다. 공개처형 관련 내용이다.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이 탈북자 600여 명을 인터뷰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처형 대상자의 어린 자녀들이 강제로 처형 장면을 보도록 했다”는 증언도 있다. 사실이라면 극한의 공포정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목격담들에도 결이 다른 주장 또한 버젓이 제기된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지난 8일 서울 명동에서 개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모임 발표대회’에서였다. “주민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헌신은 세계 유명 지도자 중에서도 찾기 힘들다” “사랑과 믿음의 정치를 펼쳤다”는 등의 발표가 나왔다. 정말 이렇게 여기는 걸까, 아니면 그저 관심을 끌려는 일탈일까. 최소한 하나는 분명하다. 2019년 대한민국은 이런 주장이 가능한 사회다. 북한은 어떨까.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