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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희호 여사의 유언 "동교동 사저, DJ기념관으로 써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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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 모습이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 모습이다. [연합뉴스]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의 명칭이 11일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정해졌다. ‘영부인’보다 ‘여성지도자’란 표현이 먼저 나온다. 생전엔 영부인으로 주목받았지만, 여성지도자의 모습이 기억됐으면 하는 유가족의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희호 여사는 사회운동가, 그리고 여성운동가란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조문 행렬이 오전부터 이어지면서 당초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한 공식 조문 일정이 오전 11시 30분으로 앞당겨졌다.

빈소 안에는 북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각계 인사가 보낸 조화가 빼곡히 놓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이 빈소에 머물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조문을 했다.

“노벨평화상 상금 대통령 기념사업 기금으로 사용” 유언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장례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김 이사는 “유족들은 모두 임종을 지키면서 성경을 읽어드리고 기도하고 찬송가 부를 때에 여사님도 함께 찬송을 부르시며 편히 소천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병이 아니라 노환으로 떠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는 이 여사의 유언을 공개했다. 그는 “유언은 이 여사가 지난해 부터 준비하셨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나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첫 번째 유언을 남겼다고 김 이사는 설명했다.

이희호 여사 유언 전하는 김성재 위원장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유언과 장례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희호 여사 유언 전하는 김성재 위원장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유언과 장례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 여사는 또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사저기념관(가칭) 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는 두 번째 유언을 남겼다고 김 이사는 밝혔다. 변호사 입회하에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이 작성됐다고 한다. 이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조문객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에 헌신한 고인의 삶을 기렸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0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이 여사가 한 말씀이 생각난다. ‘이 아프고 견디기 힘든 인생을 참으로 잘 참고 견뎌준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여사께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두 분이 원했던 자유와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 이 세 부분의 완성을 위해 우리들 몫이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방명록에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쇠처럼 강인했던 여사가 국민 곁에 있었던 것은 축복이다”라고 적었다. 이 총리는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함께 공동장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우를 갖추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당부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고위급 조문단이 올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10여 명이 빈소를 찾았다. 노 비서실장은 “민주주의와 평화 위해 한 생을 헌신하신 우리 시대 큰 어른이셨다. 여성운동 선구자셨고 무엇보다 분단 아파하신 그런 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말 애통해하면서 귀국하는 대로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님은 저의 정치적 스승이었다. 정치 입문할 때부터 돌아갈 때까지 30년 이상 모셨고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고 저는 생각한다. 여성 운동도 많이 했고 김 대통령이 있기까지 동지적 관계로 살아온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당 지도부와 함께 조문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당 지도부와 함께 조문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 10여 명과 함께 조문한 황교안 대표는 “평생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하신 이 여사님의 소천에 대해서 저와 자유한국당은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여사께선 김대중 대통령의 반려자요 정치적 동지셨다. 한평생을 함께 민주화의 한길 걸어왔다. 또 1세대 여성운동가로서 여성 인권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서 남기셨던 유지를 저희가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드셔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평화의 큰 획을 그으신 분이고 여성과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데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하셨던 분이다”면서 “김 대통령의 인동초 정신도 이 여사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크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개인적으로 저의 모친과 생년이 같아서 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대했다. 정치 시작하고 처음 지구당 개편 대회를 하는 날 전주에서 축사를 해주고 제 손에 봉투를 쥐여주던 모습이 선하다”고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수난과 고통의 시대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사신 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애통하다.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 위해 걸어오신 발자취를 깊이 새기고 그 뜻이 이뤄지도록 정의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이 여사가 임종하기 전인 10일 오후부터 고인과의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한 방문이 이어졌다. 전날 오후 5시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이 여사를 찾았다. 권 여사는 “여사님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제가 외로울까 봐 자주 오셨는데 최근에 찾아뵙지 못했다. 여사님, 좋으시겠다. 대통령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 여사에 대한 장례는 김대중 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장례 예배는 14일 오전 신촌 창천 감리교회에서 진행되며 이후 시신은 동교동 사저를 둘러본 뒤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여성,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과 사랑 나눠”

이날 김성재 이사는 이희호 여사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했다. 그는 “이 여사는 대학 시절부터 여성지도자 양성과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결심을 하시고 YWCA 총무를 역임하시는 등 평생 헌신하셨다. 김대중 대통령과 결혼 후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통일을 위한 동지와 동반자로서 함께 고난도 당하시고 헌신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부인으로서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부 신설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여성재단을 만드시는 데 크게 기여하셨다. 또한 IMF 외환위기 때 결식아동을 위해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을 창립하셔서 어려운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셨다”고 말했다.

또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동번영하기를 염원하셨고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 평양을 방문해 북한 어린이 돕기에 앞장섰다. 2015년에도 평화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평양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셨다”면서 “평생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늘 함께하시고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해 계속 일을 하시다가 소천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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