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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털러간 빵집서 4시간 동안 빵 먹고 간 도둑…주인은 "감사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용산구의 한 빵집에 들어간 도둑이 4시간 동안 빵을 훔쳐 먹는 모습. [인스타그램 sunnybreadkr 영상 캡처]

서울 용산구의 한 빵집에 들어간 도둑이 4시간 동안 빵을 훔쳐 먹는 모습. [인스타그램 sunnybreadkr 영상 캡처]

영업이 끝난 빵집에 돈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4시간 동안 빵을 먹은 도둑이 화제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S베이커리는 지난 8일 가게 SNS에 "도둑맞은 CCTV 영상"이라며 영상을 공개했다.

주인은 SNS에 "지난 7일 새벽 빵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CCTV를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도둑이) 빵을 처음에 하나 들고 가더니 문 앞에서 먹고, 또 맛있었는지 더 들고 가서 먹다가 폐기될 케이크를 먹었다"며 "도둑이 빵 한 번 먹고 4번 더 먹는 건 처음 보는 상황이라 경찰들도 어이없어 했다"고 전했다.

주인이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도둑은 새벽 12시 40분쯤 가게에 잠입했다. 어둠 속에서 도둑은 진열대 위에 있던 머핀 하나를 집어 먹었다. 이후 자리를  잠시 뜬 도둑은 다시 돌아와 진열대 위 빵 몇 개를 더 챙겨 먹었다. 이어 밖으로 나가 빵집 앞을 서성이더니 또다시 가게로 들어와 진열장에 있는 케이크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한 조각만 골라 먹고 사라졌던 도둑은 양손에 나머지 케이크를 들고 먹었다.

빵집 주인이 '도둑 픽(Pick)'이라며 공개한 도둑이 먹고 간 제품에는 레몬 머핀, 초코칩 쿠키, 에프스레소 시나몬 머핀, 레몬 파운드, 스노우 레몬, 당근 케이크 등이 포함됐다.

새벽 12시 40분쯤 가게에 들어온 도둑은 무려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가게 안에서 빵을 먹었다. 배를 채운 도둑은 그제야 가게 카운터로 이동해 현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빵집 주인은 "CCTV를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라며 "그냥 빵을 너무 열심히 먹어주셔서 감사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가루 안 들어간 당뇨에 아토피를 위한 건강한 빵이라 항상 일반 고객님들 입맛에 맞을까 걱정했었는데, 어깨가 조금 올라간다"며 "처음에는 속상했지만, 갈수록 시트콤이라 지나도 웃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반응했다.

다만 "도둑이 먹고 간 빵들은 밀가루, 설탕이 안 들어가 탄수화물이 일반 빵보다 10배 낮은 당뇨식"이라며 "도둑님이 저탄수화물 빵만 엄청 드셨다. 달달한 것 좋아하시면 절대 사드시지 말라. 도둑님은 아마 취하셔서 다 맛있게 드신 것 같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또 도둑을 향해선 "30만 원을 훔쳐갔지만 300만 원어치 홍보 효과를 누렸다"며 "돈을 훔치고 웃음을 선물해주신 도둑님, 저희 빵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자수하면 선처와 케이크를 주겠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당신이 진정한 한국의 장발장"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경찰은 지문 감식과 CCTV 등으로 이 남성을 쫓고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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