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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 비건 식당…고기 좋아하던 뉴요커들이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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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3)

‘요리를 멈추다’ 저자. 음식을 바꾸면서 간결한 삶을 살게 된 부부가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경험한 채식문화와 가족이 함께 하는 채식 실천 노하우를 소개한다. 음식을 통해 삶이 얼마나 즐겁고 홀가분할 수 있는지 그 여정을 함께 가보자. <편집자>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기에 뉴욕에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지도록 도울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나아가 무엇인가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식습관의 전환점을 맞이한 후 첫 여행이다. 채식인구 비율이 서울보다 높은 뉴욕이라서 음식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미국의 가장 뜨거운 도시 뉴욕에서 채식하는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도 사전에 신청하여 식사를 과일로 요청했다. 과일과 미리 준비해 간 샌드위치, 견과류를 먹었는데 장시간의 비행 후에도 몸이 가벼웠다. 공항터미널에서 김밥을 사서 탑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심채윤]

비행기에서도 사전에 신청하여 식사를 과일로 요청했다. 과일과 미리 준비해 간 샌드위치, 견과류를 먹었는데 장시간의 비행 후에도 몸이 가벼웠다. 공항터미널에서 김밥을 사서 탑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심채윤]

뉴욕에서도 과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과일은 쉽게 살 수 있다.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과일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수많은 아침 식사 선택이 있고 소문난 식당도 빼곡하지만 우리는 지역 농부의 과일을 선택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선택은 당연하면서도 도전이기도 했다.

근사한 호텔 조식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숙소비용이 절약되었다. 숙소비용과 아침 식사비가 모두 절약되어 여행예산이 줄었던 것이 이전 여행과는 다른 가장 큰 변화였다. 과일을 양껏 먹는다 해도 적당한 기준의 양일 뿐 빵이나 주스 등을 사는 비용보다 더 저렴했다. 먹을거리는 가공을 거칠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아이들도 달콤한 과일을 먹으면 지방과 설탕이 가득한 가공식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일로 시작한 여행 중의 아침 식사. 낮 동안 이동하면서 간식도 과일로 먹으니 여행 중에 쌓이는 피로에도 좋은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 심채윤]

과일로 시작한 여행 중의 아침 식사. 낮 동안 이동하면서 간식도 과일로 먹으니 여행 중에 쌓이는 피로에도 좋은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 심채윤]

숙소를 제공한 집 주인은 젊은 사업가이자 독신 남성이었다. 제프리는 세계적인 도시에 사는 사람답게 채식에 대해 배려와 존중이 있었다. 그는 채식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색과 음악이 다르듯이 음식 취향도 다를 수 있음을 존중했다. 채식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주 채식식당을 찾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제프리에게 물었다. 뉴욕인들에게 채식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뉴욕에서는 비건(Vegan)이라는 말이 힙하다는 말로도 통한다고 했다. 자기도 늘 채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채식 식당이 있고 친구들과 새로운 곳을 가본다고 한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 속도 가볍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도 좋다고 한다.

비건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편하게 이렇게도 먹고 저렇게도 먹는데 햄버거를 먹는 것이 기후변화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늘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제프리의 말에 매우 놀랐다. 새로운 문화에서 채식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뉴욕의 인기 있는 채식 식당 ‘더 부처스 도터(The Butcher&#39;s Daughter)’. 가게 이름이 인상적이다. 아버지는 비록 정육점 주인이었더라도 딸은 채식한다는 유머를 담고 있다. [사진 심채윤]

뉴욕의 인기 있는 채식 식당 ‘더 부처스 도터(The Butcher&#39;s Daughter)’. 가게 이름이 인상적이다. 아버지는 비록 정육점 주인이었더라도 딸은 채식한다는 유머를 담고 있다. [사진 심채윤]

이때는 육류와 달걀, 우유는 먹지 않았지만 어류는 먹었던 시기였다. 잡식으로 한평생 살아온 우리의 식습관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징검다리 시기였다. 채식식당을 찾지 않더라도 고기 대신 해산물을 선택할 수 있다. 채식식당을 매번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나 먹을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굳이 알리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채식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 명의 완벽한 채식인보다 열 명의 채식 지향인이 더 이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식습관을 한 번에 바꾸고 완벽하게 채식을 하겠다는 의지보다, 평생 먹는 음식을 좀 더 건강하면서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식습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할 수 없는 목표에 도전했을 때 누구나 자책하고 좌절하기 쉽다. 빨리 포기하게 된다. 지금의 식사에서 좋아하는 채소, 과일의 횟수와 양을 늘리는 변화만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몸의 변화에 귀 기울여보자.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그 사회에서도 불평등을 겪으며 힘겨운 삶을 이겨낸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 뉴욕 곳곳에 숨겨진 그의 흔적을 발견하며 문화의 다양성에 깃든 존중을 배운다. [사진 심채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그 사회에서도 불평등을 겪으며 힘겨운 삶을 이겨낸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 뉴욕 곳곳에 숨겨진 그의 흔적을 발견하며 문화의 다양성에 깃든 존중을 배운다. [사진 심채윤]

샐러드 한 팩, 스무디 하나로 점심을 가볍게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팝콘이 담길법한 큰 사이즈의 탄산음료와 햄버거를 두 개씩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음식을 선택하는 취향은 다양하고 행복의 기준과 건강상태도 다를 것이다.

한국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던 미국에서 비건 문화가 가파르게 퍼지고 있음은 지나친 육류 위주의 식사가 인류에게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온난화와 토양, 수질 환경에 동물의 밀집 사육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 컵 사용과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자는 캠페인처럼 육류와 가공식품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더 먹자는 제안의 본질은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나아가 우리가 속한 사회와 타자, 환경을 사랑하자는 마음의 실천이다.

맨해튼에서 만날 수 있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들. 나와 소중한 사람들, 우리가 속한 지구를 사랑할 수 있는 실천방법은 많다. 나 하나의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나비효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진 심채윤]

맨해튼에서 만날 수 있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들. 나와 소중한 사람들, 우리가 속한 지구를 사랑할 수 있는 실천방법은 많다. 나 하나의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나비효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진 심채윤]

작가의 레시피
브런치로 즐길 수 있는 두부 스크럼블과 채소구이

두부 스크럼블과 채소구이. [사진 심채윤]

두부 스크럼블과 채소구이. [사진 심채윤]

스크럼블 요리는 달걀 없이 두부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가볍게 팬에 구워 소금과 후추를 뿌린 채소구이와 두부 스크럼블로 휴일의 즐거운 홈 브런치를 즐겨보자.

1. 두부는 2시간 정도 무거운 것을 얹어 비스듬한 상태로 물기를 뺀다. 전날 밤 냉장고에 무거운 냄비뚜껑이나 그릇 등을 얹어 준비하면 편하다.
2. 손으로 잘게 부순 두부를 오일과 함께 중불로 볶는다. 수분이 빠진 두부는 식감이 단단해지고 고슬고슬하게 익는다. 좋아하는 향신료나 허브 가루, 양파, 호박 등을 함께 볶아도 좋다. 커리가루를 넣어 볶으면 밥에 얹어 두부 소보로 덮밥으로 즐길 수 있다. 간은 소금과 후추로 한다.

강하라 작가·심채윤 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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