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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아버지로 금의환향…늦깎이 발레리노 안재용

중앙일보

입력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사진 마스트미디어]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사진 마스트미디어]

“떨림과 설렘이 공존한다. 한국 관객들의 뜻하지 않은 환대에 놀랐다.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27)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10일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 프로 데뷔 후 처음 한국 무대에 서는 소감을 말하며 “더 넓은 예술세계를 표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14년 만에 펼치는 ‘신데렐라’ 내한공연에서 신데렐라 아버지 역을 맡았다. 8∼9일 대구 공연을 마쳤고,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18∼19일 대구예술의전당 아트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신데렐라’는 1993년부터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해 1999년 초연한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이다. 2005년 내한공연 당시 ‘맨발의 신데렐라’ ‘고전의 신화’ ‘역대 신데렐라 중 가장 성공한 발레’ 등의 호평을 받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마이요 감독은 “월트디즈니의 ‘신데렐라’와는 거리가 멀다. 황금마차도, 벽난로도, 못생긴 자매들도 없다. 동화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에는 유리구두도 없다. 신데렐라는 금가루를 묻힌 반짝반짝한 맨발로 등장한다. 격식을 벗어던진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장치다. 신데렐라의 부모가 주인공과 맞먹는 비중으로 출연하는 것도 특징이다. 첫 파드되(2인무)도 신데렐라의 부모가 맡는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선 발레리노 안재용. ⓒAlice Blangero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선 발레리노 안재용. ⓒAlice Blangero

안재용은 자신이 맡은 신데렐라 아버지에 대해 “우유부단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죽은 신데렐라 어머니를 항상 그리워하고 신데렐라를 사랑하지만, 새 아내의 미모에 빠져 딸에게 못되게 구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유일한 사랑, 진정한 사랑으로 돌아간다. 그는  “점차 ‘아, 내게도 깊은 사랑을 나눴던 사람이 있었지’를 깨닫게 된다”면서 “아내의 유품인 드레스와 추는 파드되가 그 사랑을 상징적으로 풀어낸다”라고 소개했다.
2016년 군무(코르드발레)로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한 안재용은 초고속 승급 기록을 세우며 발레단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세컨드 솔로이스트에 오른 데 이어 지난 1월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는 “처음 수석무용수가 됐을 때는 기쁨보다는 책임감ㆍ중압감을 먼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마이요 감독은 그에 대해 “3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안재용은 발레단 오디션을 보러 오면서 비행기 편도 티켓을 끊고 왔다. 열정과 희망이 대단했다. 이후로도 계속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열여덟살에 발레에 입문한 늦깎이 발레리노다. “고1 때까지는 성형외과 의사가 꿈이었다”면서 “고1 겨울 영화 ‘백야’ 를 보고 주인공인 발레리노 마하엘 바리시니코프에게 완전히 매료돼 발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산에 살았던 그는 2학년 때 부산예고로 전학을 했고, 3학년 때 다시 선화예고로 전학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학교에서 클래식 발레를 배울 땐 동작과 테크닉 위주의 훈련을 했다. 몬테카를로에 와서는 각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단순히 인물을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를 파고들어 느끼는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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