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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선택 때 꼭 확인해야 할 '배려지수' 아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13)

경영에 고민이 있는 여러 회사를 도운 적이 있다. 이들에게 아이디어와 제안서를 제공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연락을 주겠다던 이들은 끝내 함께 일하지 못했다. [사진 pixabay]

경영에 고민이 있는 여러 회사를 도운 적이 있다. 이들에게 아이디어와 제안서를 제공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연락을 주겠다던 이들은 끝내 함께 일하지 못했다. [사진 pixabay]

약 30여년간 외식업에 종사하다 보니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를 만난다. 한 번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회장이 정월 초하루부터 만나자고 요청이 와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회사가 중국에 진출한 지 몇 해가 지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답답해 찾아 왔다고 한다.

익히 그 회사의 영업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약 3시간에 걸쳐 회사의 전략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두 손을 맞잡고 너무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회사로 돌아가 정식으로 컨설팅 계약을 맡기겠다며 연신 고마워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고 상대방의 귀중한 시간과 아이디어를 뺏고는 사과조차 없다.

또 하나의 씁쓰레한 기억이다. 지인을 통해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추모공원의 음식문화를 바꿔 보고 싶은데 회사에 전문가가 없어서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평소에 우리나라 추모공원에 왜 똑같은 음식만 판매하는지 불만이었고, 보람도 있을 것 같아 몇 시간 동안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정식 제안서를 제출해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겠다 하니 제안서를 달라고 한다. 제안서를 접수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

두 가지 사례는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경우다. 내 사리사욕을 위해 끊임없이 남에게 생채기를 내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재물은 얻었을지언정 사람을 잃기 때문이다.

지금은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가 현역시절 데뷔전을 갖는 신인투수에게 홈런을 뺏은 뒤 묵묵히 머리를 숙인 채 1루로 걸어가는 모습이 화제였다. 기자들이 홈런을 치면 기쁠 텐데 왜 머리를 숙인 채 조용히 그라운드를 도느냐고 물으니 “첫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투수가 홈런을 허용한 뒤 갖는 아픔을 알기에 마냥 환호할 수 없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반면에 심심찮게 상대편 선수와 싸움을 벌여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어느 선수는 단타만 쳐도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요란하게 세러머니를 하고 난리를 치다 결국 상대편 선수의 감정을 건드려 심한 견제를 당한다. 급기야는 멱살을 잡고 싸움을 벌이기 일쑤다. 그 선수가 대선수가 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BTS는 전설적 뮤지션인 비틀스와 퀸이 섰던 꿈의 무대인 영국의 웸블리에서 6만 관중을 한국어로 떼창과 환호하게 했다. 손흥민 선수는 아시아 선수로는 박지성에 이어 두 번째로 2019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를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공통점은 '겸손함'이다. 그들을 왜 좋아하고 그들이 언론과 팬들로부터 왜 호평을 받느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그들의 겸손함과 바른 인성을 얘기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규모가 크든 작든 직원을 채용해 매장이던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가장 갖추어야 할 덕목이 측은지심이다. 측은지심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착한 마음이지만 그 본질은 배려하는 마음이다. 나로 인해 상대방이 느껴야 하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겸손하게 언행을 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와 프랜차이즈 사업주가 가져야 할 경영철학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가맹점주의 이해와 생계를 침해하는가를 먼저 따지고 결정한다고 한다. 브랜드 파워를 위해 자사 모델을 연예인으로 계약할 때 대다수의 가맹 본사는 점주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분배한다. 그런데 그 업체는 본사에서 전액을 부담한다고 한다.

본사 오너의 인식에 따라 가맹 프랜차이즈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부당하게 제품을 밀어 넣거나 과하게 매출 압박을 주는 등 '갑질'을 하는 프랜차이즈는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 unsplash]

본사 오너의 인식에 따라 가맹 프랜차이즈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부당하게 제품을 밀어 넣거나 과하게 매출 압박을 주는 등 '갑질'을 하는 프랜차이즈는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 unsplash]

자기를 믿고 전 재산을 던진 그들이 자신으로 인해 실패한다면 본사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그들 누군가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문을 닫는다면 투자한 창업비마저도 보상해 줘야 한다는 각오를 얘기한다.

가맹점의 성장은 본사의 경영능력과 가맹점을 바라보는 본사 오너의 인식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하는 많은 사람이 독립창업을 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는 이유도 안정화된 시스템과 브랜드 파워, 규모의 경제로 인한 공동구매가 주는 원가 경쟁력을 믿고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배려심 없는 오너들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홈페이지에 서술된 자랑스러운 지표를 보기 전에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많은 가맹점주를 일일이 찾아가서 본사가 가맹점을 대하는 배려지수를 먼저 체크해보라 말해 주고 싶다.

매출 및 점포성장률, 손익지표 등 경영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기본 마음가짐에 배려심이 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살펴보는 배려지수가 올바른 가맹 본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모든 운명이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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