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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서 처음 나온 "경기하강 장기화"…해법은 여전히 '세금 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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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악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했다. 청와대가 부정적 경제 전망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현 경제상황과 정책대응과 관련해 윤종원 경제수석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현 경제상황과 정책대응과 관련해 윤종원 경제수석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수석은 7일 간담회에서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연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하강이) 더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낙관론으로 일관해 온 기존 정부 입장과는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도 4월 29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경제성장률이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회복되고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2일 “대내외 여건으로 볼 때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조금 더 나아지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환경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수소 버스를 타고 도심형 수소 충전소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환경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수소 버스를 타고 도심형 수소 충전소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윤 수석은 출입기자들과 만나 “하강 국면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국면이고,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고, 반등할 수도 있다”며 추가 경기 하락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윤 수석은 이런 이유를 미ㆍ중 무역분쟁 등 대외변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률 하락은 대외여건의 영향이 60~70%”라고 했다. 또다른 원인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집행이 부진한 영향”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환송인사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환송인사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수석은 논란을 빚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경제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 수석은 그러면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확장 재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에 대해서도 “추경이 조기에 추진돼야 경기가 나아지고 일자리가 1만~2만개가 창출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이와관련 문 대통령도 9일 북유럽 순방을 위한 출국 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화해 “정부에서 긴급하게 생각하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순방 전에 여야 지도부를 만나려 했으나 그것도 안 됐으니 의장님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환송장에 나온 여당 지도부에게도 “추경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추경을 비롯한 재정 확대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거의 유일한 경제대책이다. 윤 수석은 지난 6일 한국은행이 국민계정의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도로 변경하면서 수치상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기존의 38.2%에서 35.9%로 낮아진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가계나 기업, 정부가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좀 더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무비율이 낮아진 것은 채무비율의 분자인 국가채무는 680조7000억원으로 동일한 상태에서 분모인 명목 GDP만 기존의 1782조원에서 1893조원으로 111조원(6.2%)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숫자 놀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19.6.4/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19.6.4/뉴스1

기재부 출신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불확실성에 대한 원인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개혁과 규제혁파가 필요한데 정부는 대기업만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이 대안으로 제시한 재정확대에 대해서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세금 쓰는 정책에만 의존하는 건 황당하다”고 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경제가 나빠진 것은 잘못된 정책 탓”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절실한 것은 추경 통과가 아니라 정책 변경”이라고 말했다.
강태화ㆍ한영익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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