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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한기총 반격? '文 하야' 전광훈 목사의 계산된 막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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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하며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전 목사는 5일 시국선언문을 내놓고, 7일에는 네이버 한기총 블로그에 ‘국가적 탄압에 대한 성명서’라는 제목의 글까지 발표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일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7일 ‘한기총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해 전 목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 캠프를 치고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뉴스1]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 캠프를 치고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뉴스1]

2010년까지만 해도 한기총은 개신교계의 대표적 연합기관이었다. 소속 교단의 회원 수만 약 1200만 명에 달했다. 이때까지는 대표회장의 영향력도 컸다. 그러나 2012년을 거치면서 한기총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금권 선거의 여파와 ‘이단 교단’의 회원 인정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렬했다. 결국 70%에 달하는 구성원이 한기총을 탈퇴해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세웠다. 이때부터 한기총은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 예전 한기총의 30% 규모로 조직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군소 교단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2017년 말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출범했다. 한교연을 비롯해 한국교회의 대표 교단인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가 모두 참가했다. 명실상부한 개신교계 대표 연합기관이다. 그런데 아직 상근직이 소수에 불과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쪼그라든 한기총’의 전광훈 목사가 파고들며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기총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목회자는 “한기총 대표회장 명의의 시국선언문이나 성명서는 임원회의를 거쳐야 한다. 거기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광훈 목사는 이러한 아무 절차도 없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이 한기총 블로그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한기총 내부에서도 총회 대의원의 절반이 그에게 “목사직 사표를 내고 정치가가 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7일 서울 구로경찰서 앞에서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오천도 대표 등이 '한 기총 전광훈 회장은 즉시 목사직에서 물러나라' 기자회견을 개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발언을 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고발장 접수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구로경찰서 앞에서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오천도 대표 등이 '한 기총 전광훈 회장은 즉시 목사직에서 물러나라' 기자회견을 개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발언을 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고발장 접수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목사는 군소교단인 예장대신(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 출신이다. 그동안 네 차례나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진출을 시도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전 목사가 창당한 기독자유당이 62만 표를 얻어 2.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가 넘었다면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전 목사가 노리는 건 ‘개신교계의 정치세력화’다. 이를 위해 본인의 지명도를 한껏 올려놓으려 한다. 그 방편이 쪼그라든 한기총의 대표회장이란 직함을 이용해 쏟아내는 자극적인 막말이다.

정작 개신교계 내부에서는 정치세력화의 위험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성명에서 “한기총은 대표성을 상실하고 극단적 이념단체로 변질된 지 오래됐다”며 “개인적인 정치 욕망이나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한 활동무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방한한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의 데이비드 홀런드 교수는 “교회의 정치세력화는 현대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종교에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광훈 목사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도 교회의 정치세력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막말은 총선을 겨냥한 일종의 ‘터 닦기’ 활동이다. 이 와중에 한국 개신교인의 얼굴에도, 예수의 가슴에도 시퍼런 멍이 든다.

백성호 기자

백성호 기자

문화팀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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