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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정말 죽쑤고 있나···5개 지표 중 2개는 선방중인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성장률·실업률·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같은 주요 경제지표의 OECD 순위가 5년 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 등을 포함한 5개 경제지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과 비교한 결과다. 이들은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지표들로 기획재정부가 OECD의 '한국 경제 전망' 등을 설명할 때 앞세우는 지표다. OECD 내 순위변화를 통해 한국의 경제 성적표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9일 OECD와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7%로 OECD 36개 회원국 중 18위를 기록했다. 전년도인 2017년과 비교하면 4단계, 5년 전인 2013년(7위)에 비해선 11단계 순위가 내려갔다. 한국의 순위는 2010년 2위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조선·자동차 등 주요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투자가 위축되고 내수까지 얼어붙은 것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34%(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조정치는 -0.4%)로 지금까지 성장률이 집계된 32개국 가운데 꼴찌다. 국내외 기관은 경쟁적으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 수치의 절댓값보다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그것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 이것이 OECD 순위로 드러난다”며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꺾인 상황이라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4%(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조정치는 -0.4%)로 지금까지 성장률이 집계된 OECD 32개국 가운데 꼴찌다. [자료: OECD]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4%(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조정치는 -0.4%)로 지금까지 성장률이 집계된 OECD 32개국 가운데 꼴찌다. [자료: OECD]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경기 부진 속 취업난이 이어지며 실업률 순위는 올랐다. 2013년 3.1%던 실업률이 2018년 3.83%까지 오르면서 순위도 36위에서 28위로 뛰었다. OECD 평균(5.3%)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지만, OECD 평균 실업률이 2013년(7.88%)에서 2.5%포인트 이상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실업률 ‘역주행’이 도드라진다. 올해도 좋지 않다. 한국의 1분기 실업률은 3.97%로 지난해 1분기(3.73%)보다 높아졌다.

분기별로 따지면 성장률에 이어 실업률 마저 한·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실업률은 한국이 3.97%, 미국이 3.87%로 한국이 더 높다. 선진국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실업률 역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뚜렷한 미국의 고용 상황 개선세와 우리나라 고용 부진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한·미 역전 현상은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실업률이 미국을 웃돈 것은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1분기 이후 17년여 만이다.

한·미 실업률 17년만에 역전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기본적으로 고용 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라며 “냉정히 말해 한국의 산업 구조와 경쟁력은 그 수준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국제간 거래에서 한국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나를 알 수 있는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순위가 2013년 6위에서 지난해 9위로 소폭 하락했다. 이 기간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5.9%에서 4.7%로 낮아진 영향이다. 그래도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걱정은 역시 올해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6억6480만 달러 적자. 유럽 재정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8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기록하는 등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외부 악재가 산적해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로 경상수지가 과거와 같은 흑자 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투자나 소비가 활발하다면 경상수지 적자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경기는 정반대의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위 변동이 가장 들쭉날쭉 한 지표는 물가다. 2013년 21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수준을 보이다가, 2015년 10위로 오르더니, 2018년에는 27위로 저물가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올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0%대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바람직하지만, 지금의 저물가 기조는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내수 부문 총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정의로는 소비자물가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야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며 “복지 정책이나 석유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 영향을 제외하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얼마나 잘 꾸려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계속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를 기록(재정수지 적자)한 국가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국은 지난해 2.5%를 기록했다. 36개국 전체에 대한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OECD는 지난달 펴낸 한국에 대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 비율이 올해는 1.1%, 내년은 0.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3월까지는 각각 2.1%ㆍ1.6%로 내다봤었는데 하향 조정한 것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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