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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체크]학생 수 줄면 대학 가기 쉬워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대구 경북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대구 경북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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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440만 명, 2019년 804만 명’

  지난 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6~21세)는 804만7000명으로 총인구의 15.6%였습니다. 학령인구가 제일 많았던 1980년(1440만1000명)과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당시 총인구는 3812만 명으로 현재(5179만 명)보다 턱없이 적었죠. 즉, 이 기간 동안 전체 인구에서 학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7.8%에서 15.5%로 급감한 셈입니다. 앞으로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 2029년에는 624만9000명, 2051년에는 499만4000명까지 내려앉을 전망입니다.

 이렇게 학생 수가 줄어들면 대학 가기는 더욱 쉬워질까요? 지금처럼 살인적인 입시 경쟁이 조금 완화되진 않을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의 전체 모집정원은 4년제 대학 31만3233명, 전문대학 16만8014명이었습니다. 지난 2월 고교를 졸업한 학생은 56만6545명으로 전체 모집정원(50만6286명)을 가까스로 넘겼죠. 하지만 지난해 대학 진학률이 69.7%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략 39만명 정도만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11만 명 정도가 이미 미달이었다는 이야기죠.

 앞으로 고교 졸업자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당장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고3 학생 수는 51만241명으로 지난해(57만661명)보다 5만 명 적습니다. 내년에는 45만7674명으로 2년 사이 11만 명 이상 감소합니다. 만일 대학의 모집정원이 줄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학생 수 급감으로 미달 대학들이 생겨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은 대학 진학률마저 계속 감소추세에 있어 미달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2월 폐교 한 서남대의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2월 폐교 한 서남대의 모습. [중앙포토]

 이렇게 본다면 일단 학생 수가 대폭 줄면서 대학 경쟁률은 떨어질 것입니다. 당장 상대적 백분위로 등급을 매기는 내신 성적의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죠.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18년 고3 수험생의 내신 성적을 표본 조사한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내신 주요 5개 과목(국·영·수·사·과)의 평균 등급 분포를 분석했더니 2020년엔 커트라인이 0.1등급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입시업계에서는 보통 서울 소재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준으로 내신 평균 1.5등급을 커트라인으로 봅니다. 지난해 입시에서 이 기준에 들어온 학생은 5800명(상위 1.3%)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2020년 상위 5800명의 백분위는 1.7%입니다. 이를 내신 평균 등급으로 전환하면 1.6등급이 돼 2년 새 커트라인이 0.1등급 정도 낮아집니다. 같은 방식으로 서울의 주요 대학 진학권은 2018년에는 2.5등급 정도(상위 3만3000여명)였는데 2020년에는 2.7등급으로 낮아집니다.

 물론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으로 전체 모집정원도 줄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입학정원은 1만명가량 감소하는데 그치지만 같은 기간 고3 학생은 11만명이 줄어듭니다. 이처럼 급격한 감소 후 현재 고1부터 중2까지는 45만 명 안팎을 유지하다 지금의 중1이 입시를 치르는 해에는 41만명으로 또다시 급감합니다. 이때는 커트라인이 또 한 번 내려가겠죠. 출산율이 급감한 지난해에 태어난 아이들(32만명)이 대학에 입학할 때쯤엔 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전체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해 대학입시 경쟁이 완화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변화입니다. 그러나 여기엔 또 다른 변수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로 수험생들의 ‘인 서울(in seoul)’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1982년 전국 대학 경쟁률(2.94대 1)은 서울 소재 대학 경쟁률(2.99대 1)과 비슷했습니다. 2000년까지도 전국(5.03대 1), 서울(5.73대 1)은 비슷한 추세를 보였죠. 그러나 지난해 서울의 경쟁률(13.39대 1)은 전국(8.99대 1)보다 ‘4.4대 1’이 더 높습니다. 여기에다 서울 주변인 인천(12.17대 1)과 경기(11.06대 1) 등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 역시 전국 평균보다 몇 계단 더 높죠. 평균 5대 1 정도인 경남·북, 전남·북 지역과 대조됩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예전과 비교해 서울과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하는 게 훨씬 어려워졌다”며 “수험생들의 ‘인 서울’, ‘인 수도권’ 선호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서울로 몰릴수록 서울 소재 대학의 경쟁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인 서울’ 현상은 왜 계속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요?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취업 조건과 각종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서울로 집중돼 있기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한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다”며 “서울의 집값만 큰 폭으로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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