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관세' 막무가내 트럼프…"국가비상사태 선포도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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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 해결을 위해 경고한 ‘멕시코 관세 부과’ 시점이 오는 10일(현지시간)로 임박한 가운데 양국이 막바지 협상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를 밀어붙이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 준비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불법이민 근절 위해 친선국가에 이례적 관세폭탄 #멕시코, 병력 추가 배치 등 타협안에도 협상결렬 #10일 관세 적용…기아차 등 국내업체도 타격 예상

6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자체 입수한 국가비상사태 초안에 “멕시코 정부가 자국을 통해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외국인의 대량 이민을 줄일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해 국가비상사태(선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검토 중인 이 초안에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강행 계획이 들어있다고 설명하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멕시코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미 지역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오는 10일부터 멕시코 제품에 5% 관세를 매기기 시작, 10월에는 2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른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들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77년 제정된 IEEPA는 국가 안보와 경제 등에 예외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게 했다. 이보다 1년 전 제정된 국가비상사태법은 대통령이 국가적 위기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예산 재배정 등 평상시보다 확대된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IEEPA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적성국가, 예컨대 북한이나 이란의 핵 위협 등에 사용되긴 했지만 불법 이민을 이유로 한 적용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NYT도 해당 법에 적시된 대통령의 '외국과의 거래 조율' 권한은 관세 부과를 포괄하지 않으며 실제로 이렇게 적용한 역대 정부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휘두르는 관세폭탄이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이다.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르면 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이같은 '비상사태'를 법적으로 무효화하고 대통령의 과잉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 이미 민주당 소속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세부과를 시도한다면 이를 막기 위한 반대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6일 밝혔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경제 악영향 등을 이유로 멕시코 관세 부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미국과 접경지대인 멕시코 북부 티후아나 지역에서 망명 신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이민자들.[AP=연합뉴스]

미국과 접경지대인 멕시코 북부 티후아나 지역에서 망명 신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이민자들.[AP=연합뉴스]

이에 따라 지난 2월 '국경장벽자금' 관련 국가비상사태 선포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권한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상·하원은 국가비상사태 무력화 결의안으로 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하원으로 돌아간 결의안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트럼프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한편 미국과 멕시코는 5일부터 이틀간 백악관에서 막바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양측이 백악관 만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터라 추가 협상에 따라 관세 부과가 극적으로 철회되거나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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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막판 타결을 위해 불법 이민 브로커들이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동결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남부 과테말라 국경 지역에 군인 6000명을 배치해 중미 이남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는 방안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요구해온 '제3의 안전 국가' 협정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협정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난민들이 미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할 경우 멕시코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멕시코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3대 교역국가인 멕시코에 관세를 물릴 경우 멕시코 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멕시코는 미국이 지난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폭탄을 퍼부었을 때 미국산 위스키, 돼지고기, 철강 등에 맞불 관세를 부과했던 전력도 있다. 트럼프식 관세 부과가 실행되면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 즉 기아·현대위아·현대모비스 등의 대미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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