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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불만에 중단된 北 ‘인민의 나라’…“실은 재정난으로 부실 식단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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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잡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잡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가 잠정 중단된 것이 당국의 재정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인민의 나라’ 공연 참가자인 학생들에게 끼니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공연 중단으로까지 이어졌다”고 6일 보도했다.
RFA는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Asia Press)를 인용해 “공연 참가 학생들이 먹은 식사는 매끼 중국 쌀로 지은 밥 160g에 소금에 절인 약간의 무와 배추가 전부였다”며 “공연 연습을 위해 각 지방에서 평양으로 차출된 학생들이 식사 공급이 열악하자 부모들에게 울면서 전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지방 부모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자식들에게 간식을 사 먹으라고 돈을 따로 챙겨 보내야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RFA는 “식량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서 감기나 대장염 등의 질병에 걸리거나, 굶주림으로 탈락하는 학생도 늘고 있어서 결국 집단체조 공연의 완성도에 문제가 발생해 공연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게 아시아프레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공연 참가 학생들에게 끼니 제공 못해” #“10만 명 동원된 학생들 감기, 장염 걸리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집단체조 공연 장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집단체조 공연 장면. [연합뉴스]

앞서 지난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의 나라’ 개막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시 중통은 “(김 위원장이)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 성원(기획 및 책임자)들을 불러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창조 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대해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틀 만인 5일 북한 전문여행사 ‘고려투어’ 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막공연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인민의 나라’가 10일부터 중단될 수 있다”고 공연 중단 소식을 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집단체조 공연 장면.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집단체조 공연 장면. [연합뉴스]

북한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은 북한이 주민들 결속과 체제 선전을 위해 대규모 카드섹션과 고난도 체조 동작을 가미해 기획한 것으로, 1960년대부터 특별한 계기에 진행했다. 특히 2002년 4월 김일성 90회 탄생일 및 인민군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며 시작된 ‘아리랑’은 2003년, 2004년, 2006년 수해로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 2013년까지 매년 열렸다. 그러나 이후 중단했다가 5년 만인 지난해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명목으로 ‘빛나는 조국’이란 제목으로 다시 공연을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 내외와 함께 이 공연을 관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해 9월 19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후 평양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해 9월 19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5.1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후 평양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2018.9.20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2018.9.20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은 거의 매년 10만 명가량이 동원돼 공연 6개월 전부터 연습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자주 제기돼 왔다. 북한 각 지방의 학교 단위별로 학생, 어린이 등이 평양으로 차출돼 6개월간 연습하는 형태여서, 매 공연이 있을 때마다 북한 내 부모,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 기사화됐다.

하지만 북한은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광 상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도 고려투어 등이 지난달 18일 “‘인민의 나라’가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6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북한 매체보다 한 발 먼저 공개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6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고려투어는 ‘인민의 나라’ 티켓 종류로 VIP석(800유로·약 107만원), 일등석(500유로·67만원), 이등석(300유로·40만원), 삼등석(100유로·13만원)이라고 소개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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