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어 누군가 훔쳐갔다? 유출 증거 찾으면 회수 가능

중앙일보

입력 2019.06.06 11: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20)
누군가 나만의 아이디어를 훔쳐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 pixabay]

누군가 나만의 아이디어를 훔쳐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 pixabay]

집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갔다면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만의 아이디어를 훔쳐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아직 특허 출원을 하지 않은 아이디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지인이나 사업상 거래처와 상의를 했는데 이들이 먼저 사업화를 하거나 특허 출원을 할 수 있다. 발명은 간단하게는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결국 발명은 무형의 기술적 사상인 아이디어이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유형의 물건을 훔치려면 점유의 이탈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따라서 이런 물건은 도난 사실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지만, 무형의 사상인 발명이 도난된 경우에는 바로 알기가 매우 어렵다. 누군가에 의해 모인 된 자신의 아이디어가 모인한 자에 의한 사업화, 논문 발표, 특허 출원 등으로 대외적으로 공개된 경우에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허법에서는 이처럼 발명이 타인에 의해 모인 된 경우에 진정한 발명자를 구제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두고 있다. 먼저 특허법은 발명이 도용되어 제3자의 사업화, 논문 발표, 특허 출원 등으로 인해 발명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공개되더라도, 공개일로부터 1년 이내에 발명자가 특허 출원을 한 경우에는 제3자의 공개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특허법은 발명을 모인한 자의 특허출원인 무권리자의 특허출원이 거절되거나, 무권리자의 특허가 무효가 된 경우에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출원에 대해서는 무권리자의 출원일로 출원일을 소급해주고 있다. 무권리자의 특허는 정당한 권리자가 무효 심판 청구를 통해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다. 정당한 권리자는 법원에 무권리자 특허권에 대한 이전 청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무권리자의 특허권을 직접 되찾아올 수도 있다.

타인의 발명을 훔친 경우에도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된다. 발명자는 형사 고소를 통해 처벌 받게 할 수 있으며 발명이 도용된다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타인의 발명을 훔친 경우에도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된다. 발명자는 형사 고소를 통해 처벌 받게 할 수 있으며 발명이 도용된다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그뿐만 아니라, 타인의 발명을 훔친 경우에도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된다. 발명자는 형사 고소 절차를 통해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으며, 발명이 도용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외부로 유출된 발명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발명을 도용한 자를 제재하고 정당한 권리자가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한 발명자이며 상대가 자신의 발명을 모인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자신은 발명을 도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우연히 동일한 발명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방이 발명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떠한 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있어도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발명자는 해당 발명이 자신으로부터 유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발명을 제3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경우라면 만약을 대비해 공개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기술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적힌 문서를 배포하기에 앞서 이메일을 통해 회의 참석자에게 해당 문서를 송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 자료의 이메일 발송 기록은 추후 발명의 유출 경위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기술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적힌 문서를 배포하기에 앞서 이메일을 통해 회의 참석자에게 해당 문서를 송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pixabay]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기술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적힌 문서를 배포하기에 앞서 이메일을 통해 회의 참석자에게 해당 문서를 송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pixabay]

실제 수년 전에 국책 연구소와 민간 기업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민간 기업이 제안한 기술을 국채 연구소의 소속 연구원이 자신의 연구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 국책 연구소에 자신의 발명으로 신고해, 국책 연구소의 명의로 특허 출원이 이루어졌다. 이후 국책 연구소의 특허 출원이 1년 6개월이 지나 특허 공보를 통해 공개되자 이를 알게 된 민간 기업이 자신의 발명을 되찾아 줄 것을 필자에게 의뢰했다.

다행히도 민간 기업의 연구원이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에게 기술 자료를 발송한 과거 메일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를 근거로 특허청에 국책 연구소의 특허 출원은 무권리자의 특허 출원이므로 거절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정보를 제공했다.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에게는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음을 통지했다.

그 결과 국책 연구소가 해당 특허 출원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게 됨으로써 사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당시 이메일 기록이 없었다면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이 자신의 연구 성과라고 우겼어도 이를 반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이처럼 이메일 발송이 여의치 않은 경우라면 상대의 동의하에 기술 공개의 회의 내용을 녹취해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전문가를 통해 특허 등록 가능성을 검토한 후 특허 출원을 완료해두는 것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번쩍거리는 보석만큼 소중하게 간수해야 한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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