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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1 야당의 경제 살리기 정책대결 선언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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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유한국당이 어제 출범시킨 경제특별위원회는 온 사방이 경색된 한국의 정치·경제에 한 줄기 희망을 던졌다. 대안도 없이 무작정 반대와 투쟁만 되풀이해 온 제1 야당이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통해 대안을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제1 야당다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가 취임해 지지율이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대안, 수권정당으로의 면모는 여전히 부족했다. 오히려 주요 간부들의 막말이 꼬리를 물면서 정책 대안을 내놓는 성숙한 야당의 이미지는커녕 중도층과도 멀어지는 한계만 노출되고 있다.

비난과 반대만으로는 수권정당 각인 못 시켜 #실용적 정책대안 제시할 특위 구성 바람직해

한국당은 황 대표 취임 이후 전국을 돌며 벌였던 민생투쟁 대장정에서 정부 정책 비판에 열을 올렸다.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가 펼친 경제정책의 성과를 보면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2년간 29.1%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에다 업종·사업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20~50대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적 약자들부터 일자리를 잃으면서 소득 격차까지 확대되는 고용 참사를 빚었다.

설상가상으로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률 확정치는 당초(-0.3%)보다 더 나쁜 -0.4%를 기록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소득과 소비가 늘기는커녕 경제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5개월 연속 0%대다. 만성적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자아내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중국은 무역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깜짝 성장률을 기록해 우리의 처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얼마나 엄중하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4%로 하향 조정했겠나. 그만큼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당이 ‘100일 정책투쟁’을 통해 정책 대결에 나서겠다는 것은 정쟁보다는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어서 의미가 크다. 마침 오늘 취임 100일을 맞이한 황 대표 개인적으로도 ‘정치인 황교안’의 가능성을 보여줄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황 대표는 경제대전환위원회가 만들어낸 정책 대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예 내년 총선 경제 공약의 기초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고질적 정쟁을 벌여 온 한국 정치권에서 정책 대안으로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얼마나 실용적인 대안을 내놓느냐다. 지금까지 해 온 반대와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를 의식해서인지 황 대표는 “앞으론 비판보다 대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외부 인재 2000명을 추천받아 정책 제시의 동력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위원회의 실무를 맡을 전문가 모임도 꾸렸다. 이들의 면모를 보면 연륜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보수 일색의 교수들로만 꾸려졌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은 견제해야겠지만, 선명성을 과도하게 앞세운 반대 논리와 시장경제 만능주의만 제시해선 곤란하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한국당이야말로 진영 논리를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경제 살리기에 힘 쏟는 정책 대결의 진검승부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당이 막말 정치의 본산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실용적 대안 정당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