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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현진 도우미’ 벨린저, 우유 매일 3.8L 마시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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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디 벨린저. [AFP=연합뉴스]

코디 벨린저. [AFP=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지난달 5승, 평균자책점 0.59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는 데는 일등공신이 있다. 다저스의 중심타자 코디 벨린저(24)다.

타율·장타율 1위, 홈런·타점 2위 #시속 148㎞ 송구, 수비도 탄탄 #체중 100㎏로 늘린 뒤 파워 폭발 #성실함과 겸손, 동료 평가도 좋아

지난달 13일 워싱턴전에서 우익수 벨린저는 6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타구를 잡자마자 1루로 던졌다. 총알 같은 송구는 타자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고, 스트라스버그는 ‘우익수 앞 땅볼’로 아웃됐다. 덕분에 류현진의 노히트노런은 8회 1사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피츠버그전 6회 말 2사 3루에서 벨린저는 제이크 엘모어의2루타성 타구를 묘기처럼 뛰어올라 잡아냈다. 벨린저는 지난달 28일 뉴욕 메츠전에서도 강력한 송구로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다. 이날 벨린저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된 클레이턴 커쇼는 “난 다저스타디움에서 여러 스타를 봤다. 벨린저는 매우 특별하다. 도루를 하고, 빠른 송구로 주자를 잡는다. 타자로서 정확성과 파워를 갖췄다. 게다가 뛰어난 주자”라고 감탄했다.

벨린저는 2017년 39홈런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당시 타율(0.267)은 높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성적(타율 260, 25홈런)이 떨어졌다. 빅리그 3년 차인 올해, 벨린저는 정확성을 보강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볼카운트 별 대처 능력이 매우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만능 선수’ 코디 벨린저

‘만능 선수’ 코디 벨린저

벨린저는 3일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타율(0.376), 장타율(0.733), OPS(출루율+장타율, 1.195) 1위다. 홈런(20개)과 타점(52개)은 2위다. 그는 내야 땅볼을 때린 뒤 1루에 가장 빨리(3.89초) 도달하는 주자이며, 외야에서 시속 148㎞로 송구하는 수비수다. 야구에 필요한 5가지 기능(타격 정확성, 장타력, 수비력, 송구 능력, 주루 능력)을 다 갖췄다. 이 때문에 선수의 종합평가지수인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가 압도적인 1위(5.4, 베이스볼 레퍼런스)다.

벨린저의 아버지 클레이 벨린저(51)는 뉴욕 양키스(1999~2001년)의 백업 선수였다. 소년 시절 벨린저는 아버지를 따라 양키스타디움에 놀러 가고,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도 즐겼다. 궂은일을마다치 않던 아버지처럼 벨린저는 타자(1루수)로도, 투수로도 뛰었다.

키(1m93㎝)에 비해 가벼운 체중(77㎏) 탓에 마이너리그 시절이던 2013년엔 1홈런, 2014년엔 3홈런에 그쳤다. 벨린저는 “몸에 좋다는 음식은 다 찾아 먹었다. 죽을 힘을 다해서 운동했다. 그래도 체중이 늘지 않았다”며 우유가 살을 찌운다는 말에 매일 1갤런(3.8 L)씩 마시기도 했다. 아버지는 이를 ‘G.O.M.A.D(Gallon of milk a day)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체중 100㎏에 이르자 벨린저의 파워는 ‘미친 듯’ 폭발했다. 덩치가 커졌어도 허리 회전이 180도 가까울 정도로 유연하다. 최고 스타가 된 후에도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몸을 던진다. 벨린저는 “내 야구는 모두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코디는 ‘정말 잘한다. 그리고 자신을 잘 조절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뛰어난 성적보다 동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부모로서 더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성실함과 겸손함은 벨린저가 갖춘 6번째 기능이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해 4월 30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벨린저는 5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날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최선을 다해 뛰는 건 기본”이라며 벨린저를 교체했다. 3루타성 타구인데 천천히 뛰었다고 여기고 문책한 것이다.

이에 벨린저는 “감독 뜻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난 선두타자였기 때문에 3루를 욕심내다 아웃되고 싶지 않았다. 내게 ‘어떻게 플레이하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난 항상 열심히 뛴다”고 항변했다. 당시 23세 선수의 당찬 말에 로버츠 감독을 포함해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 실제로 벨린저는 누구보다도 몸을 던져 뛰기 때문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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