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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펜션 영리목적 아니다"… 펜션 운영자 항소심도 '무죄'

중앙일보

입력

충북 제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이른바 ‘누드 펜션’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년 7월 26일 오전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산골 마을 야산의 한 길목에 '누드족 물러가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2017년 7월 26일 오전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산골 마을 야산의 한 길목에 '누드족 물러가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이형걸 부장판사)는 3일 공중위생 관리법 및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영리 목적으로 숙박업을 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의 무죄 판결은 정당하다”며 “영업 대상이 불특정 다수에 해당하는 공중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 "원심 무죄판결 정당" #A씨 2011년 4월부터 제천에 '누드 펜션' 운영 #재판부 "연회비 받았지만 숙박업소는 아냐"

A씨는 2011년 4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 무허가로 ‘누드 펜션’을 차린 뒤 나체주의 동호인들로부터 가입비(10만원)와 연회비(24만원)를 받고 숙박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나체주의 동호회 회장인 A씨가 여성들을 연회비를 면제하는 수법으로 다수의 남녀를 회원으로 모집한 뒤 알몸으로 펜션 이용하게 했다며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동호회 회원에게 가입비·연회비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물 관리비용과 모임비용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숙박업소를 운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7년 7월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주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누드펜션 입구를 막았다. [중앙포토]

2017년 7월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주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누드펜션 입구를 막았다. [중앙포토]

애초 누드 펜션은 2008년 민박업으로 제천시에 신고한 뒤 누드동호회 회원들의 휴양시설로 약 3년간 이용됐다. 이후 “시골 정서상 누드 펜션 운영은 안 된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2011년 폐업신고를 했다.

하지만 A씨는 이곳에서 매년 3차례 정도 회원들과 정기·비정기 모임을 가졌다. 펜션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알몸으로 바비큐 파티나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다. 관할 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숙박업소였다.

누드 펜션 논란은 펜션 안에서 알몸 상태로 생활하는 이용객을 확인한 마을 주민들이 분위기를 해친다며 트랙터로 진입로를 막고 반대 집회를 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농촌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이들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펜션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스프레이로 ‘누드족 진입 금지’, ‘누드족 물러가라’ ‘너희 집에 가서 마음껏 벗어라’는 등의 글을 쓰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음란한 행위’로 규정하기 어려웠다. 펜션이 마을과 100m가량 떨어져 있지만 산 중턱에 위치, 주민들이 올라오지 않고서는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017년 7월 충북 제천시 봉양읍 주민들이 누드펜션 입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7월 충북 제천시 봉양읍 주민들이 누드펜션 입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건복지부는 “동호회 회원이 되는 데 특별한 장벽이 없고 회비만 내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펜션이 미신고 숙박업소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나체주의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누드비치·누드클럽 등이 성행하고 있다. A씨는 2017년 8월 제천시로부터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고 펜션을 매각했다.

청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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