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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치킨 왕은? 대구-호식이, 울산-지코바, 부산-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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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치킨집이나’라고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속출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치킨, 진짜 많이 먹는데 왜 치킨집은 망할까. [중앙포토]

치킨, 진짜 많이 먹는데 왜 치킨집은 망할까. [중앙포토]

3일 KB금융그룹이 ‘치킨집 현황과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치킨집 관련 통계와 상권 분석을 담았다. KB금융의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 시리즈 첫 번째다.

서울은 BBQ가 1위, 부산은?

사업경험이 없는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호한다. 그 중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5275만원 수준) 치킨집에 관심이 높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018년 현재 409개. 가맹점 수는 BBQ(1659개)가 가장 많다. BHC는 2015년 873개였던 가맹점이 지난해엔 1456개로 껑충 늘면서 순위도 7위에서 2위로 올랐다. 이어 페리카나, 네네치킨, 교촌치킨 순이다.

하지만 지역별 대표 브랜드는 따로 있다. 대구에서는 호식이두마리치킨(84개)와 땅땅치킨(83개)이 가맹점 수 1, 2위를 차지했다. 모두 대구에서 성장한 지역 브랜드다. 울산은 처갓집양념치킨과 지코바가 공동 1위(38개)에 올랐다. 부산은 썬더치킨(109개)이 교촌치킨과 처갓집 양념치킨(88개)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자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치킨집

전국적으로 치킨집은 총 8만70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지난해 6200곳이 창업했고 8400곳이 문을 닫았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폐업이 창업보다 많다.

지역별로는 인구 1000명당 치킨집 수는 전남 2.43개, 광주와 제주 2.34개, 충북 2.18개 순이었다. 치킨집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수원(1879개)이었다. 이어 창원(1688개), 부천(1683개), 청주(1644개) 순으로 나타났다.

‘극한직업’의 통닭 성지, 수원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수원은 이미 영화 ‘극한직업’으로 치킨, 특히 ‘통닭의 성지’로 불리는 곳. 최근 5년간(2014~2018년) 전국에서 치킨집 창업이 가장 많았던 지역(784개)이기도 하다. 특히 인계동 수원시청역 인근은 수원에서도 치킨집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는 통닭의 성지도 피해가지 못했다.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원시청역 인근 상권 치킨집의 월 평균 매출은 5751만원(3월 기준)으로 1년 전(7145만원)보다 19.5%나 줄어들었다. 치킨집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치킨집 폐업이 전국 1위, 부천

부천은 최근 5년간 치킨집 698곳이 문을 열고 988개가 문을 닫았다. 전국에서 치킨집 폐업이 가장 많은 곳이다.

폐업매장의 영업기간을 살펴보면 5년 넘게 영업한 곳이 57.8%에 달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치킨집 특성상 오래 영업한 곳이 더 타격이 큰 셈이다.

부천에서도 치킨집 폐업이 가장 많은 곳은 심곡동이었다. 심곡동은 음식업 점포 전체의 평균 매출액은 최근 1년 사이 1.6% 증가했지만 치킨집 매출액은 4849만원에서 3938만원으로 18.8% 감소했다.

닭은 더 많이 먹는데 치킨집은 왜 어렵지

한국인은 닭을 많이 먹는다. 점점 더 그렇다.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2013년 11.5㎏에서 2018년 14.1㎏으로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후에도 소비량이 더 늘어서 2028년엔 16.4㎏까지 늘어날 거란 전망이다.

치킨집 매출액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약 2조4000억원이던 치킨집 총 매출액은 2017년엔 5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연평균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업비용이다. 치킨집 영업비용은 2011년 6200만원에서 2017년 1억1700만원으로 89%나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00만원에서 1360만원으로 32% 감소했다.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장사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치킨집 창업은 줄고 폐업은 지속되는 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라며 “신규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진입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 선호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 안정적인 영업여건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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