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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CEO,이사람] 제약업체 휴온스 윤성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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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97년에 닥친 어려움은 외환위기 만이 아니었다. 부친이 갑자기 돌아가시며 맡게 된 회사. 채권자들은 재촉했고 이듬해 공장에선 불이 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국내 첫 플라스틱 용기 주사제 개발로 대박, 최근엔 비타민C 주사제를 대용량으로 만들어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제약회사인 휴온스의 윤성태(43.사진) 사장에게 1997~98년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외환위기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당시 기획담당 이사였던 윤 사장은 97년 선친 윤명용 사장의 급작스러운 작고로 회사를 떠맡게 됐다. 주변에선 '30대 중반인 젊은 사람이 잘 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돈을 갚으라는 채권자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경영 상황도 나빠졌다.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 인증을 받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새 공장을 지은 게 부담이 됐다. 30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여겨졌던 공장 건설비가 60억원으로 늘었다. 연 매출 20억원인 회사가 한 달에 5000만~6000만원의 금융 비용을 물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8년 봄 공장에 불이 났다. 약품을 생산하는 건물이 전소됐다. 회사가 당장 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윤 사장은 동분서주했다. 선친이 애써 일궈놓은 회사를 묻 닫게 할 수 없었다. 채권자들을 찾아 다니며 눈물로 호소했다. 동요하던 직원들에겐 '모두 힘을 합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공장을 다시 짓는 동안 다른 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아 판매했다. 다행히 평소 직원들을 아끼던 선친을 잊지 않은 직원들이 분발하면서 회사 경영에 숨통이 트였다. 윤 사장은 그러나 기존의 사업구조론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친이 65년에 창업한 휴온스(창업 당시 상호는 광명약품)의 주력상품은 유리병에 담긴 주사제. 국소 마취제인 '리도카인'이 잘 팔렸지만 의약품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그는 해외 출장 길에 선진국 병원에서 쓰는 플라스틱 주사제를 떠올렸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주사제는 값이 싸면서도 깨지지 않아 병원에서 선호했다. 하지만 수십억원짜리 설비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해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었다. 윤 사장은 국내 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2000년 본격 출시된 플라스틱 주사제는 국내 주사제 시장의 70%를 석권했다. 수익성도 유리병 주사제에 비해 좋았다.

두 번째 기회는 2003년에 찾아왔다. 500㎎씩 담아 괴혈병 치료 용도로 팔던 비타민C 주사제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을 눈여겨봤다. 알아보니 수술회복 환자나 만성피로 환자 등이 이 제품 여러 개를 합쳐 대용량으로 주사를 맞고 있었다. 웰빙 의약품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재빨리 용량을 20배로 늘린 10g짜리 제품을 개발,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0년 100억원이던 매출은 2004년 27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386억원의 매출에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97년 100만 달러였던 수출도 지난해 530만 달러로 늘었다.

휴온스는 현재 세계 25개국에 200여 개 제품을 내보내고 있다. 모두 독자브랜드다. 윤 사장은 " 우리만 제품을 생산하는 '온리 원(only one)' 전략이 주효했다"며 "비만.노화.만성피로 등을 치료하는 웰빙 의약품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한국IMB에서 일하다 92년 휴온스에 입사했다.

나현철 기자

■ 휴온스는

▶1965년 광명약품공업사 창립

▶79년 국소 마취제 '리도카인' 국내 첫 개발

▶93년 경기도 화성으로 공장 이전

▶97년 100만 달러 수출 달성, KGMP 취득

▶98년 국내 첫 플라스틱 용기 주사제 개발, 2000년 시판

▶99년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

▶2001년 3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2003년 휴온스로 사명 변경, ISO9001 인증 취득

▶2004년 5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2005년 벤처기업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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