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 고시’치겠다? 관두려는 신입 은행원도 많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명주의 비긴 어게인(7)

대학가로부터 취업특강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요즈음 대학에서는 학생들 취업을 위해 팔 걷어붙이고 열일 마다하고 뛰고 있다. 대학별로 취업 지원팀을 구성한 것은 물론 학교 특성에 맞게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만나는 교수마다 모두 다 한결같이 학생들 취업과 진로가 주요 화두다.

취업 특강에 1000명 넘게 신청

모 대학에서 취업특강을 개설한 결과 1000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연락이 왔다. 강당에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채운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저민다. [일러스트 강경남]

모 대학에서 취업특강을 개설한 결과 1000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연락이 왔다. 강당에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채운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저민다. [일러스트 강경남]

모 대학에서 취업특강을 개설한 결과 1000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 35년 동안 금융권에 몸담은 나에게 강의 요청이 온 것이다. 아마도 시중에서 진행하는 취업특강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

취업 특강은 금융권에서 실무관리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직접 채용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작년부터 제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금융권 특히 은행권 공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내 강의가 특별해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고 취업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교수의 이야기다. “요즈음 학생들 참 바빠요. 학교 공부는 물론, 알바에다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해야 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활동도 해야 하고, 게다가 졸업반일수록 취업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취업 대란입니다. 대학생의 낭만, 추억 그런 것은 이제 옛말입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너무 시달리고 있어요. 고민도 많습니다. 현실은 힘들고. 마음이 짠합니다.”

학교에서 안내해준 강당에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500석 넘는 규모의 대강당이다. 강당 입구에서는 학생들 출입을 확인하고 있다. 1000명이 넘게 신청해와 500명씩 두 차례로 조정했다고 한다. 입추의 여지가 없는 공연장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강단에 올라서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꽉 채운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저민다. 그 옛날 나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나도 대학 4학년이 무척 힘든 시기였다. 고뇌의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세상 다 이룬다고 생각했다. 막상 대학 4학년이 돼보니 오히려 더 막막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세상은 어수선하고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 나는 무엇이 되려 하는지. 그런 고민과 함께 내 얼굴은 온통 자갈밭이 되었다. 여드름으로 도배한 것이다. 짜증은 증폭되고 있었다. 앞날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왜 은행원이 되려고 합니까?” 은행에 취업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어느 학생이 대답한다. “은행원 멋져 보입니다. 보수도 많고, 안정적이고 게다가 남들도 많이 부러워 합니다. 그래서 은행원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학생은 부모가 은행원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어디 갈까 고민 중인데 금융권이 어떤지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부활한 금융권 은행 고시, 그 경쟁이 치열하다. 채용공고가 나면 약 3개월에 걸쳐 필요한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그 과정을 통과해 수백대일 경쟁을 뚫고 드디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은행에 취업한다. 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치는 뱅커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투자금융이나 기업금융 분야에서 기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하고 기업의 자금줄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출입증 카드를 목에 걸고 출근하는 모습,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 들고 걸어가는 모습 또한 부럽다. 동료들과의 회식장면 속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상상도 해본다.

그런데 취업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입행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은행원이 많다고 한다. 막상 입행해 보니, 생각보다 너무 다른 환경과 현실에서 그만 의욕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 힘든 과정을 통해 은행에 들어왔건만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나는 왜 은행원이 되려는 걸까?”

나 자신이 확실하면 내 미래도 확실해진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봐야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나 자신이 확실하면 내 미래도 확실해진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봐야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은행을 몰랐다고, 현실을 몰랐다고? 그보다는 바로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왜 은행원이 되려고 하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확신이 없는 것이다. 금융권 취업을 위해 은행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꼭 하는 질문이다. 본인 스스로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이다.

- 왜 나는 은행에서 일하고 싶은 것인가
- 은행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인가
- 은행원으로서의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나 자신이 확실하면 내 미래도 확실해진다. 은행원이 되려고 하는 나 자신의 이유가 확실하면 은행원이 되기 위해 더 공부하게 되고, 은행원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다. 비전을 가지게 되면 은행원으로서의 자부심과 더불어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내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 질문은 은행원이 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 또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왜 하려고 하는지’ 꼭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봐야 한다.

자신의 질문은 스스로 생각을 부른다. 그 생각은 답을 찾아간다. 생각에도 힘이 생긴다. 사고력이 길러지게 된다. 그 생각 뒤에 어느 날 답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않으면 답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강의 후 한 학생으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왔다. 지난해 초부터 은행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준비 중이며 가고 싶은 은행에서 인턴 경력도 쌓았다고 했다. 은행은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고객과의 경험도 쌓았단다. 하지만 왜 은행원이 되려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해준 인상적인 강의에 감사하다고 한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에 대한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바로 내일의 내 일을 만드는 첫 출발일 것이다.

강명주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