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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서 와인 한잔…온천에 가면 피로 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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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호 22면

독일 휴양도시 비스바덴 100배 즐기기

비스바덴 쿠어하우스의 야경. [사진 독일관광청·© Francesco Carovillano]

비스바덴 쿠어하우스의 야경. [사진 독일관광청·© Francesco Carovillano]

여행의 참맛이 잘 쉬고 잘 먹는 데 있다면, 독일 비스바덴(Wiesbaden)은 그 두 가지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곳이다. 목욕을 뜻하는 ‘바덴(baden)’과 들판을 의미하는 ‘비젠(Wiesen)’이 결합된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온천이 26곳이나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다. 라인강이 ‘ㄱ’자로 꺾어지는 변곡점에 위치한 이 도시는 독일 서남부 헤센(Hessen)주의 ‘심장’으로, 드넓은 강변의 포도밭에서 나오는 최고급 리슬링(Riesling) 와인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리슬링 주산지, 8월엔 와인 축제 #2000년 된 온천은 관절염에 좋아 #남녀혼탕에 맨몸입욕하는 곳도 #도스토옙스키가 돈 딴 카지노 유명

51개국에서 500명이 넘는 여행 전문가와 미디어를 초청해 이곳에서 제 45회 독일여행시장(Germany Travel Mart·GTM·5월 12~14일)을 개최한 관광청 사람들은 보여주고 싶은 게 꽤 많아 보였다.

‘장미의 이름’ 촬영지 에버바흐 수도원

에버바흐 수도원. [사진 비스바덴관광청·ⓒ La Mia Fotografia/shutterstock.com]

에버바흐 수도원. [사진 비스바덴관광청·ⓒ La Mia Fotografia/shutterstock.com]

지난해 문을 연 라인마인 콩그레스센터를 출발해 30여 분 달린 버스가 정차한 곳은 라인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보불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 독일의 황제로 등극한 빌헬름 1세의 업적을 기리며 만든 높이 38m짜리 조각상 ‘게르마니아 모뉴먼트’ 아래로 라인가우(Rheingau)의 포도밭이 시야 한가득 펼쳐졌다. 이제 막 잎사귀가 나오기 시작한 포도밭은 머지않아 연초록 통통한 알갱이들을 가지마다 가득 품어낼 터였다. 초현실적으로 새파란 하늘과 투명한 공기가 미세먼지에 쪄든 심신을 순식간에 정화시켰다. “지구 온난화 탓에 앞으로 리슬링을 핀란드에 심어 독일에 팔면 돈이 될 것”이라는 할머니 가이드의 농담에 다들 웃었다. 내려오는 길은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이용료가 싸지는 않지만(편도 5.5유로), 포도밭을 가로질러 활강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케이블카를 타면 라인가우 포도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정형모 기자]

케이블카를 타면 라인가우 포도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정형모 기자]

보다 색다른 와인 체험을 원한다면 시내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에버바흐(Eberbach) 수도원 탐방을 권한다. 영화 ‘장미의 이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9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데, 관광객을 위한 숙소와 식당도 마련돼 있다. 수도원 바로 앞에는 독일에서 가장 큰 슈타인베르크 빈야드가 있어 테이스팅 투어도 가능하다. 수도원 건물 반지하에는 와인이 가득 담긴 커다란 오크통들이 일렁이는 촛불 아래 육중한 자태를 뽐낸다.

리슬링 화이트 와인을 홍보하는 독일 여성(左), 에버바흐 수도원의 와인 저장고(右). [사진 정형모 기자]

리슬링 화이트 와인을 홍보하는 독일 여성(左), 에버바흐 수도원의 와인 저장고(右). [사진 정형모 기자]

매년 열리는 라인가우 와인 축제는 4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독일 최대 축제 중 하나다. 올해는 8월 9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다. 1832년부터 비스바덴에서 만들어진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 ‘헨켈(Henkell)’ 등을 맛볼 수 있다.

암반석을 뚫고 나오는 미네랄 가득한 비스바덴의 뜨거운 물은 이미 2000년 전 상처 입은 로마 군인들의 치유와 회복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곳 온천수는 류머티즘과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도이치 진단 클리닉(Helios Deutsche Klinik für Diagnostik)이나 호르스트 슈미트 클리닉(Helios Dr. Horst Schmidt Klinik) 같은 전문 병원이나 재활 병원이 곳곳에 보인다.

전통의 온천 카이저 프리드리히 테르메의 입구. [사진 정형모 기자]

전통의 온천 카이저 프리드리히 테르메의 입구. [사진 정형모 기자]

나사우어 호프(Nassauer Hof)나 라디손 블루 슈바르처 보크(Radisson Blu Schwarzer Bock) 같은 특급 호텔은 자체 온천탕이 있지만, 비투숙객이라면 테르말바트 아우캄탈(Thermalbad Aukammtal)이나 카이저 프리드리히 테르메(Kaiser-Friedrich-Therme)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1913년 문을 연 비스바덴의 명물 카이저 프리드리히는 지금까지도 남녀혼탕에 맨몸입욕 문화를 지키고 있는 곳으로, 이용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매주 화요일은 여성만 입장할 수 있으며, 한 시간 단위로 요금을 받는다(여름 시즌 5유로, 겨울 시즌 6.5 유로). 관광 전문가들은 “사우나에서는 반드시 수건을 깔고 앉아 땀이나 물기가 주변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조언한다.

쿠어하우스 일대 부유한 은퇴자들 몰려

비스바덴은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기차(S반)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짧은 일정을 알차게 활용하려는 관광객이라면 적극 활용할 만하다.

대표적인 명소는 ‘쿠어하우스(Kurhaus)’.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신고전주의 외관도 웅장하거니와 실내 장식도 놀랍도록 화려하다. 1810년 카지노가 문을 열면서 이 ‘휴양과 오락의 도시’로 독일과 유럽의 귀족·부호·예술가가 몰려들었다. 러시아 소설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이 카지노에서 거액을 땄다가 급기야 도박 중독에 걸려 더욱 유명해졌다. “대문호의 흔적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카지노 안쪽으로 안내한다. 그가 주사위를 던지던 룰렛 테이블이 유리장에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카지노는 쿠어하우스의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대연회장은 공연장으로도 사용되는데, 메조소프라노 시실리아 바르톨리, 피아니스트 랑랑 등의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건물 주변은 ‘볼링 가든’이라 불리는 드넓은 잔디공원이 펼쳐져있어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지금도 부유한 은퇴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꼽힐 정도로 시내는 세련된 정갈함을 자랑한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비스바덴 뮤지엄은 놓칠 수 없다. 마침 6월 29일부터 ‘유겐트슈틸과 아르누보’라는 상설전 개막을 앞두고 전시물 설치가 한창이었다. 700점이 넘는 페르디난트 볼프강 네스 컬렉션이다. 에밀 갈레의 버섯 램프, 베른하르트 판콕의 장식장과 의자 등 20세기 초 장식미술의 최고봉을 일부나마 볼 수 있었다.

특히 뮤지엄 안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이 눈길을 끌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크기와 모양이라는 대주제 아래 독특하게 분류한 스타일과 알찬 내용물은 가족 관람객들에게 뜻밖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비스바덴(독일)=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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