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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체포 말고 내 가족 생사가 중요"…하염없는 기다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30일 오전 군 병력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30일 오전 군 병력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 다녀와. 그래도 밥 잘 먹어야 해.”

서로 손을 쥔 채 주고받은 말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말은 건 사람도, 들은 사람도 다음 대화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31일 오전 11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현장 상황을 전한 공항 및 참좋은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출발한 가족들은 대부분 서로 손을 잡아주거나 눈빛만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는 오후 1시쯤까지도 침묵이 이어졌다. 몇몇 기자들이 말을 걸었지만 가족들은 손을 가로저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참좋은여행사에 따르면 가족들은 이날 오전 1시~오후 1시쯤 순차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출국자는 40여명이다. 여행사는 직원들도 함께 출국시켜 피해자 가족들의 현지 교통과 숙박 편의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피해자 가족이 31일 인천공항에서 현지로 가기 위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피해자 가족이 31일 인천공항에서 현지로 가기 위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남아서 비상 연락을 기다리기로 한 가족들도 착잡하고 다급한 마음이 교차했다. 부인을 기다리고 있는 김모씨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아들과 처남을 대신 보냈다”며 “나는 나이도 많고, 가면 못 돌아올 것만 같아서…”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김씨는 “(부인의) 시신을 찾아서 합동장례식이라도 치를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해요. 유품이라도 잘 챙겨올 수 있는지 정부가 그런걸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구조자 명단에 있는 백모씨는 "아버지가 현지에 가셨고 나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분들의 의사에 따라 향후 절차가 진행되도록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실종ㆍ사망자 가족분들이 우선적으로 위로와 안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는 안모씨도 “나에게는 정부나 여행사에서 아직 따로 연락 온 게 없다. 오후 1시쯤 가족들이 출발했으니 지금으로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행지에서 사고를 겪은 어른들이 정말 걱정된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헝가리 경찰, 사고낸 크루즈선 선장 구금 

이날 헝가리 경찰은 유람선을 친 크루즈선의 선장을 구금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국내 가족들도 이 같은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우리의 관심사는 실종자의 수습 여부와 구조자의 건강 상태”라고 했다. 가족 김씨는 “선장을 잡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수색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그걸 알려달라”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오는 2일까지 가족 49명이 수색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수색 현장에 가시고자 하는 가족들의 신청을 계속 받고 있으며, 가실 의사가 있는 가족분을 모시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는 또 유사한 형태의 유럽 유람선 투어를 일시 정지시키고, 이미 예약한 고객에 대해서는 다른 옵션을 제공해 보상하거나 환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여행객 15명, 애초 다른 여행상품 선택 

한편, 사고를 당한 참좋은여행사 여행객 30명 가운데 15명은 본래 해당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을 선택했다 모객인원을 맞추기 위해 날짜와 지역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패키지여행 구성에서는 최소출발 인원이 있는데 최소출발 인원 모객이 안된 다른 상품을 선택했던 15명이 여행사의 권유로 출발 날짜를 바꾸거나 지역을 바꿔 해당 패키지상품을 선택했다"며 "모객이 미달돼 이달의 행사로 오시게 된 것인데, 패키지여행사에서 주로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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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ㆍ이병준ㆍ편광현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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