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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 "DMZ, 남북 문화인들 교류의 장으로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제14회 제주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렸다. 포럼 마지막날인 31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술과 문화의 역할' 세션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흥신 전 주프랑스 대사,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이자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 유동근씨, 사진작가 최병관씨. 우상조 기자

제14회 제주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렸다. 포럼 마지막날인 31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술과 문화의 역할' 세션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흥신 전 주프랑스 대사,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이자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 유동근씨, 사진작가 최병관씨. 우상조 기자

비무장지대(DMZ)를 남북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합동 공연을 펼치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4회 제주포럼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술과 문화의 역할’ 세션에서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술, 문화의 역할 세션 #"평창올림픽, 문화가 가진 평화의 힘 보여줘" #"최빈국이었던 한국, 가장 창의적인 국가로"

토론에 참여한 배우이자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 유동근씨는 “남과 북의 대중가수를 비롯한 문화인들이 DMZ에서 자주 만나 함께 공연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질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남과 북을 통합하는 힘은 문화, 무엇보다 공감대가 큰 대중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흥신 전 주프랑스 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션은 예술과 문화가 지닌 공감과 통합의 힘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유 이사장을 비롯해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병관 사진작가가 함께했다.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영상 메시지로 토론에 참여했다.

도종환 전 장관은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에서의 남북 교류를 되돌아보며 “남북이 스포츠로 하나가 됐고,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7년 가을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그로 인해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라도 있었지만, 끝까지 북한과 참가국들을 설득했다”며 “당시 유엔 총회에서 평창 올림픽 기간 휴전 협정 준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스포츠가 평화에 미치는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 전 장관은 또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 당시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게 ‘우리 노래 많이 준비해오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들었다”면서 “한국에 알려진 북한 노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시켜 주는 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유동근 이사장도 “정치·외교적 상황은 자국 이해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문화 교류가 계속 이어진다면 화합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문화 교류가 대북 제재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정부에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6년 간 DMZ를 누비며 감춰진 풍경을 기록으로 담아 낸 최병관 작가는 유 이사장의 비무장지대 활용 제안에 동의하면서 “DMZ는 남한과 북한 모두에 어마어마한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다.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연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31일 제주포럼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술과 문화의 역할' 세션에서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보낸 영상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31일 제주포럼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술과 문화의 역할' 세션에서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보낸 영상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날 토론에선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등 한국 문화의 힘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자크 랑 전 장관은 영상 메시지에서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수상을 언급하면서 “한때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한국이 이제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국가가 되었다는 데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인기는 지적·창의적 욕구가 평화적인 영향력의 원천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한류’라고 하지만 이는 세계가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것이지 우리 문화가 상대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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