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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 마구 던지는 트럼프, 이번 타깃은 멕시코 이민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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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불법 이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세를 계속 인상하겠다. 불법 이민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 그때 관세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를 레버리지로 삼아 중남미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한 무역 조건을 따내기 위한 압박 카드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에 ‘관세 엄포’를 놓은 적은 있으나, 멕시코를 향해선 무역 불균형 문제가 아닌 이민자를 문제삼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백악관도 별도 성명을 통해 트위터 내용을 확인했다. 백악관은 같은 날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6월을 시작으로 매달 5%씩 인상해 10월에는 25%로 인상할 것"이라며 "관세를 올려도 불법이민자가 계속 미국으로 유입되면 25%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멕시코 겨냥 이민자 안 막으면 '관세 부과' #중국에 관세로 무역전쟁, EU·일본에도 위협 #한국도 車 관세 면제 놓고 안심 못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성명을 통해 "대규모 (미국) 유입을 허용하는 멕시코의 소극적인 협조는 미국 국가 안보와 경제에 비상사태이며 이례적 위협"이라며 "멕시코는 매우 강한 이민법을 갖고 있고 쉽게 불법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식 등으로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는 중미 불법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장벽을 세우는 등 대응해왔으나 멕시코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강력한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상대로 엄포를 놓은 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 넘게 떨어졌다.

2019년 3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인 노갈레스시의 모습. 노갈레스는 한반도가 휴전선으로 분단돼 있는 것처럼 철장과 담장으로 나눠져 있는 도시다.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시이고, 남쪽은 멕시코의 소노라주 노갈레스 시다. [AP=연합뉴스]

2019년 3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인 노갈레스시의 모습. 노갈레스는 한반도가 휴전선으로 분단돼 있는 것처럼 철장과 담장으로 나눠져 있는 도시다.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시이고, 남쪽은 멕시코의 소노라주 노갈레스 시다. [AP=연합뉴스]

세계 무역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여러 번 꺼내 들었다.
현재 진행형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대표적 예다. 미국은 지난해 불공정한 무역관행 시정을 요구하며 중국산 제품 500억 달러어치에 25%,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의 진행이 더뎌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상 초안에서 대폭 후퇴했다며 10%로 부과하던 관세를 지난 10일부터 25%로 대폭 인상했다. 이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대미 보복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며 미·중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일본에도 관세 카드를 휘두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부품 수입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정해 이들 수입에 관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최고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다 지난 18일 결정 기한이 되자 관세 부과 검토 기간을 6개월 연기하는 ‘유예’ 결정을 내리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선 EU, 일본과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서 관세를 지렛대로만 활용하겠다는 계산으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전선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작용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일부 외신은 고율 관세 부과 대상 자동차 수출국에서 한국이 사실상 제외됐다고 보도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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