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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머릿속에 그린 학종 지도... "학습 태도가 확 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덕소고는 고1을 대상으로 학종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수업을 개설했다. [덕소고 제공]

덕소고는 고1을 대상으로 학종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수업을 개설했다. [덕소고 제공]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드는 ‘학종 밑그림’

올해 3월 남양주 덕소고는 갓 입학한 고1을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가르치는 방과 후 보충수업반을 개설했다. 수업 이름은 ‘학종 내비게이션 기초반’. 수업 목표는 고1 학생들이 3년간 학종을 꾸며갈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학생부의 구조를 살펴보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한 뒤 실제 자신의 학생부에 적합한 활동을 10회에 걸쳐 설계하는 것이다.
교직 경력 22년인 지하나 진로교사(한문)가 개설한 이 수업은 눈깜짝할 새 온라인 접수가 마감됐다. 주 2회 1시간씩 진행된 10회차 기초반 수업(정원 15인)이 끝난 뒤 학생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중급반과 새로운 기초반이 연달아 개설했다.

막막한 ‘학종 밑그림’ 도와주는 남양주 덕소고 지하나 교사 #고1 학종 보충수업 ‘학종 내비게이션’ 신청 1분만에 마감 #생기부 구조 파악부터 입학사정관 체험, 진로탐색으로 3년 목표 세워

학생이 스스로 평가하는 합격 vs 불합격 학생부

인기 비결은 수업을 통해 학종 준비에 대한 막막함을 해소할 수 있어서다.
1차시에 2022학년도 최신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살펴본 뒤, 2차시부터 학생부를 살펴보고 분석한다. 아직 백지상태인 고1 수강생은 학생부를 직접 보면서 기본 구조를 하나씩 파악한다. 다음 실제 입시에 제출됐던 선배들의 학생부들을 무작위로 나눠주고 좋은 학생부와 나쁜 학생부를 골라내는 ‘입학사정관 체험’을 한다. 좋은 학생부를 골라내면 그 이유 또한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좋은 학생부를 보는 눈은 다 같아요. 사전 정보가 없어도 학생들은 합격한 학생부와 불합격한 학생부를 정확히 가려내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구체성이 드러나요’‘독서가 남달라요’식으로 차이를 찾아내요. 그럼 그때 그 차이점들이 너희들 학생부에도 나타나야 한다고 알려줍니다.”(지하나 교사)
기초반을 수강한 학생들이 신청할 수 있는 ‘학종 내비게이션 중급반’은 교내에서 진행되는 56개의 활동과 경시대회를 모두 분석한다. 15명에게 56개의 활동을 골고루 배분한 뒤 자신이 맡은 활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선배와 교사를 통해 모아오게 한다. 이른바 ‘모아 모아 프로젝트’다. “1학년들은 어떤 교내활동을 해야 하고 어떤 대회를 나가야 할지 아직 감조차 없는 상태죠. 15명이 분담해 알아온 정보에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추가해 정리한 교내활동 분석자료를 나눠줍니다.”

3년간 활동 목표 찾는 진로성숙도 검사

수업에서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진로성숙도 상승 여부다. 대학원에서 학습심리와 진로를 주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학생들이 중학교 때 자유 학년제 등에서 다양한 진로검사를 하지만 검사만 할 뿐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거나 이를 자신의 미래 계획에 활용한 경험은 거의 없다”며 “진로검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해서 자신에게 맞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 학생부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진로정보망 커리어넷(www.career.go.kr)에서 받을 수 있는 진로성숙도검사는 진로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필요한 태도나 능력을 갖췄는지 아닌지를 20분간 64문항으로 알아본다.
지 교사는 “진로성숙도검사에서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한 것이 진로 나이”라며 “막연하게 ‘교사가 되고 싶다’는 수준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성숙도로 올려야 학종에 기록할 구체적인 활동을 아이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업을 통해 진로성숙도가 상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1회와 마지막 수업인 9, 10회차에 두 번 진로성숙도검사를 실시해 상승도를 비교한다.

공부 집중하고 시간 관리… 변화한 아이들

막막했던 학종이 뭔지 10시간에 걸쳐 배우고 다양한 검사로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한 아이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3년간 학교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활동을 설계해 나갔다. “스스로 학생부에 적힐 내용을 구상할 수 있게 된 거죠. 내가 교사가 되고 싶으면 어떤 동아리를 가면 되고, 어떤 독서를 하면 되는지, 진로활동을 어떤 쪽을 알아보고 교내대회는 어떤 부분을 나가면 되는지.”
기대 이상의 긍정적 변화가 이어졌다. 아이들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게임 중단을 선언하고 핸드폰은 2G로 교체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수업시간에 스스로 휴대폰을 반납하고 공부에 집중했다. “비교과는 결국 시간 관리가 중요하니까요. 지난 몇 달간 허비한 시간이 아깝다는 말을 들을 때 고맙고 보람차죠.”
그는 “내가 보는 학종은 장점이 많고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 중 하나”라며 “정보가 부족해 학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을 위한 교사와 정부의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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