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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부친 가방 속 보조배터리, 항공기 출발까지 늦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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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배터리나 라이터를 넣은 채 짐을 부치는 여행객이 여전히 많다. [중앙포토]

보조배터리나 라이터를 넣은 채 짐을 부치는 여행객이 여전히 많다. [중앙포토]

 최근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30대 회사원 A 씨.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짐가방을 부치고 비행기 티켓을 받았습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당시 카운터 직원은 "혹시 부치는 짐 안에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나 라이터 같은 금지 물품은 없느냐"고 물었고 A 씨는 무심하게 "없다"고 답했는데요.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거쳐 출국장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받아보니 부친 가방 안에 보조배터리가 있는 것 같은데 수하물검사실로 와서 확인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부친 짐이 비행기 화물칸에 실리기 전에 시행하는 엑스레이검사에서 보조배터리로 추정되는 물품이 발견된 겁니다.

 금지물품 확인하느라 탑승 지연도

 부랴부랴 수하물검사실을 찾아가 짐을 들여다보니 정말 보조배터리가 들어 있었던 겁니다. A 씨는 "오래전에 가방 한구석에 넣어뒀던 걸 깜빡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위탁 수하물 속에 보조배터리를 넣는 건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위탁 수하물 속에 보조배터리를 넣는 건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그나마 A 씨는 일찍 연락이 닿은 편입니다. 항공기 출발 직전까지 가방 주인과 연락이 안 되면 항공사 직원들이 탑승구 앞에서 직접 승객을 찾게 되는데요.

 이때 승객이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고 주장하면 항공사 직원이 수하물검사실까지 안내해서 다녀와야만 합니다.

 승객이 부주의하게 부친 보조배터리 등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되기도 한다. [중앙포토]

승객이 부주의하게 부친 보조배터리 등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되기도 한다. [중앙포토]

 이러면 탑승 완료 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결국 항공기 출발까지 지연되는 상황도 생깁니다. 짐 가방 속에 무심코, 또는 부주의하게 넣은 보조배터리 때문에 자칫 다른 승객들에게 큰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보조배터리 등 확인, 한달 5만여 건  

 현장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승객은 별 생각 없이 넣었다고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탑승 준비와 정상 운항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위탁수하물 금지품목

위탁수하물 금지품목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이런 사례가 꽤 많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만 위탁수하물(부친 짐) 속에 보조배터리나 라이터가 있는 것으로 의심돼 수하물검사실에서 짐 가방을 확인하는 경우가 4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1800건이 넘습니다. 한 달로 치면 5만 4000건이나 되는 건데요.

 이 가운데 실제로 금지품목이 확인된 경우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휴대전화 보조배터리가 가장 많고, 라이터가 그 뒤를 잇는다고 합니다.

금지 물품은 국내에서는 '항공안전과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해지며,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항에선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금지물품 여부를 판별한다. [블로그 캡처]

공항에선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금지물품 여부를 판별한다. [블로그 캡처]

 항공사로 치면 운항 편수가 가장 많은 대한항공이 역시나 수하물검사실로 향하는 짐도 최다인데요. 한 달 평균 2만 2000건가량이 검사실로 가고, 그중 절반 정도에서 보조배터리 같은 금지 물품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로 쓰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폭발력이 크지는 않지만, 화재 위험성이 높아 화물칸에 실어 뒀다가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탁수하물에는 절대 넣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리튬배터리, 폭발이나 발화 사고 우려 

 다만 개인 용도의 휴대용 전자기기에 한해 5개(용량 160Wh 이내)까지 기내에 가지고 탈 수는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네팔로 향하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객이 충전 중이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 승무원들이 급히 소화기로 진화하는 사고도 있었는데요.

 다행히 기내라서 빨리 확인이 가능했기 망정이지 화물칸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큰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금지물품이 의심되면 승객을 찾아 짐을 열어본다. [블로그캡처]

금지물품이 의심되면 승객을 찾아 짐을 열어본다. [블로그캡처]

 이처럼 위험성이 적지 않은데도 여전히 보조배터리나 라이터를 위탁수하물에 넣는 경우가 많아 공항들에서는 엑스레이검사와 짐 개장 검사를 통해 이를 찾아내고 있는데요.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이 의심되면 일단 수하물검사실로 짐이 옮겨집니다. 인천공항의 수하물검사실은 1 여객터미널에는 23개, 2 여객터미널에 2개가 있습니다.

인천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검사장비. [사진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검사장비. [사진 인천공항공사]

 1 터미널의 경우는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주변에 검사실이 배치돼 있고, 2 터미널은 출국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 터미널에서는 짐을 부치면 잠시 뒤 이상 유무가 확인되기 때문에 승객들은 잠시 체크인 카운터 주변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인천공항, 수하물검사실 20여개 운영

  반면 2 터미널은 상대적으로 확인에 시간이 걸리는데요. 승객이 보안검색과 출국수속을 하기 전에 이상 유무가 확인되면 출국·보안검색대에 들어갈 때   탑승권과 여권을 찍으면 자동으로 신호가 뜹니다.

인천공항 2 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수하물검사실. [중앙포토]

인천공항 2 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수하물검사실. [중앙포토]

 그런데 이보다 먼저 통과를 한 경우에는 항공사 측에 연락이 가고, 항공사에서 승객에게 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찾게 된다고 합니다.

 정 시간이 급한 경우에는 승객의 동의를 받아 검사실 요원들이 직접 가방을 열어서 문제의 물품을 빼낸 뒤 다시 화물칸으로 보내기도 하는데요. 이미 이륙한 뒤에 화물칸에 보조배터리가 실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 회항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항공 안전과 보안을 위해서 필요한 절차들을 이행하는 것이긴 하지만 승객이 애초에 짐을 쌀 때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불필요한 수고나 민폐를 꽤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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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하게도 항공사 직원들도 종종 실수를 한다고 합니다. 짐을 쌀 때 규정이 모호하다면 인터넷에서 관련 규정을 찾거나, 아니면 항공사 안내 전화로 문의해서 확인하는 작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승객과 항공사, 공항을 위해서 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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